▶ 아폴로·블랙록 등 6곳과 MOU
▶ 젠슨 황 “AI 팩토리 건설 도울 것”
▶ 오픈AI 2,500억달러 보증 논의도
▶ 대출중개로 칩구매 유도 여전 지적
엔비디아가 월가의 대형 투자사들과 손을 잡고 5,000억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 조달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월가의 자금력을 끌어들여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AI 인프라 건설을 측면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기존 거래에 비해 엔비디아의 부담은 줄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오픈AI 등 고객사에 부채를 끌어다주고 그 돈으로 자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순환 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별 기업이 떠안았던 미상환 위험을 사모펀드를 통해 대형 금융기관에까지 분산하면서 AI 투자 리스크를 자칫 금융권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10일 성명을 내고 AI 인프라 구축에 쓸 5,000억달러 규모의 전용 자금 풀(pool)을 조성하기 위해 아폴로글로벌·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골드만삭스·KKR 등 6개 금융회사와 개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 자금을 기업, AI 연구소 등 자사 고객사들이 데이터센터 등을 짓는 데 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우리는 ‘AI 공장(토큰을 생산하는 데이터센터)’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며 “AI에서 컴퓨트(연산 자원)는 곧 매출”이라고 강조했다.
6개 투자사는 각자 사모대출(PDF), 인프라 펀드, 자산유동화증권(ABS),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사에 강점이 있는 방법으로 자금을 모아 개별 플랫폼을 구성한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 SB에너지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는 10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오픈AI가 임차하는 비용을 위해 최대 2,500억달러를 지급보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여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이와 별도로 오픈AI가 자사 칩을 살 수 있도록 3,500억달러를 지원하는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별로 세운 특수목적법인(SPV)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질적으로 돈을 빌릴 빅테크의 회계장부에 부채 부담이 바로 전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채권은 사모대출 기관이 인수해 보유하다가 이를 다시 ABS 형태로 쪼개 은행이나 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재매각하게 된다. 일부는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날 AI 데이터센터 관련 ABS에 적용해온 투자자 보호 공시와 위험 보유 부담을 면제하기로 한 것도 호재다.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대 25%까지 자금 조달을 보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브로드컴이 참여한 유사한 거래에서 브로드컴이 100%를 보증한 것에 비하면 엔비디아의 부담은 적은 편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사모펀드와 고객사 간 계약에 공동 서명하거나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토지 재임대나 컴퓨팅 용량을 되사는 방식으로 빅테크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투자자들에게 부채 투자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TSMC와 ASML 등 반도체 장비와 전력 등 관련 기업 전체에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 자금 조달 또한 ‘AI 거품론’의 근원인 순환 거래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과거 엔비디아의 순환 거래는 돈을 빌린 회사가 리스크를 모두 짊어지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그 여파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지원을 늘리는 방식이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식 협력 업체 금융(벤더 파이낸싱)일 뿐”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돈과 고객을 모두 잃는다”고 지적했다. 황 CEO도 순환 거래 논란에 대해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에 조성되는 자금은 모두 제3자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에도 오픈AI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후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엔비디아는 결국 오픈AI에 대한 투자 규모를 300억달러로 대폭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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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경환·김창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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