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여백이 오브제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듯, 옷장의 여백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옷들을 숨 쉬게 합니다. 미를 아는 사람들에게 옷장을 비우는 행위는 단순한 처분이 아닌, 나의 취향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우아한 편집’입니다. 내 삶이 머무는 공간을 멋진 미술관처럼 정갈하게 만들기 위한 3단계 비움의 여정을 제안합니다.
1단계: 시선의 정돈, ‘현재의 나’를 남기는 기준
어떤 옷과 계속 동행하고 어떤 옷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과거의 미련이나 미래의 막연한 기대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오직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내 삶의 온도에 집중해야 합니다.
안목 늘리기: “언젠가 입겠지”, “살 빼면 입어야지” 하며 모셔둔 옷들은 현재의 내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시각적 소음과 같습니다. 공간이 빽빽하게 찬 옷장은 정작 오늘 나를 빛내중 좋은 옷들의 숨통을 막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마련입니다. 과거의 역할에 얽매인 옷들을 덜어내야, 비로소 오늘을 사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실천법: 옷장 정리의 기본은 완전한 정리를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어설프게 한섹션으로 나누어 조금씩 한다고 하면 정리할 때마다 기준이 달라져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 정리해야 실수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됩니다. 계획이 세워졌다면 옷장의 모든 옷을 꺼내어 ‘지난 1년간 단 한 번이라도 손이 갔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 앞에 세워보세요. 옷장 바닥에 큰 바구니나 정갈한 천 가방 두 개를 놓으세요. 하나는 완전한 이별(기부/폐기), 다른 하나는 ‘보류’ 바구니입니다. 지난 1년간 손이 안 간 옷은 과감히 이별 바구니에 넣되 정말 망설여지는 옷은 ‘보류’ 바구니에 담아 옷장 깊은 속에 딱 3달만 숨겨두세요. 그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 안목에서 멀어진 옷입니다.
2단계: ‘아름다운 머무름’을 방해하는 3대 요소 걷어내기
옷장의 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첫인상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합니다. 뒤죽박죽 섞인 옷은 시각적 스트레스를 줍니다.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의 옷장에는 공간의 긴장감과 품격이 존재합니다. 옷장의 결을 흐리는 구체적인 대상을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안목 늘리기: 비싸게 주고 샀더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비움의 대상입니다. 옷장을 열었을 때 모든 옷이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듯한 ‘시각적 정화’를 경험하는 것이 이 단계의 목적입니다. 미적 감각이 있는 공간에는 늘 일관된 규칙이 있습니다. 옷의 길이와 두께 색상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고급 편집숍 같은 긴장감과 품격이 생깁니다. 그럼 실천 방법으로 행거와 서랍구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수 있습니다.
실천법: 행거 구간/ 들쑥날쑥한 세탁소 옷걸이를 버리고 동일한 소재와 색상의 얇은 논 슬립 옷걸이로 통일하세요. 옷을 걸 때는 왼쪽에는 두껍고 어두운 옷 (코트, 재킷), 오른쪽으로 갈수록 가볍고 밝은 옷)셔츠, 블라우스) 순으로 걸어두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정됩니다. 구분한 뒤 엷은 색상에서 어두운 색상까지 색을 맞추어 주면 멋진 옷가게에 있는 착각이 들것입니다.
서랍 구간/ 서랍 안에서 얇은 티셔츠나 니트가 쓰러지는 것을 막으려면 집에 쌓여 있는 탄탄한 종이 쇼핑백의 윗부분을 안쪽으로 접어 사각 바구니 형태로 만들어 보세요. 그 안에 옷을 돌돌 말거나 세워서 수납하면 칸막이 역할을 해 주어서 서랍을 열 때마다 정갈함이 유지됩니다.
3단계: 비워진 여백을 ‘나만의 갤러리’로 채우기
이제 행거 구간과 서랍 구간에 질서와 규칙이 정해졌습니다. 내 옷장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채움과 비움 사이의 공간에 어떻게 하면 나만의 매력을 그 안으로 끌어들일까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비움의 끝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잘 정돈된 예술품 같은 내 옷들을 마주하는 기쁨입니다.
안목 늘리기: 여백이 생겨난 옷장은 매일 아침 나를 설레게 하는 작은 갤러리가 됩니다. 옷과 옷 사이에 숨 쉴 공간(여백의 미)을 둠으로써,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나를 대접하는 우아한 의식으로 변모합니다.
실천법: 옷장을 채울 때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1회에서 찾은 ‘나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예: 정갈한 화이트 셔츠나 우아한 재킷)을 단독으로 멋지게 걸어두세요. 스카프나 모자를 함께 매치해 두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 아래 남는 공간에는 구두나 운동화를 놓아두고 가방이나 향수병을 오브제처럼 배치하여 문을 열 때마다 매장 디스플레이를 보는 듯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과거의 미련을 덜어내고 현재의 나만을 남기는 정돈, 그것이 내 삶을 가장 아름답게 머물게 하는 완벽한 시작임을 강조했습니다. 다음 3장에서는 ‘편안함 속에서 피어나는 우아함, 실루엣과 소재의 미학’ 편으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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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칼럼‘김지나의 살며 생각하며’를 통해 오랜 시간 독자들과 함께 해온 메릴랜드 거주 작가. 요즘은 삶의 태도가 곧 멋이 되는‘스타일 인문학’에 주목, 중년 이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실용 패션을 강조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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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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