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인 입양인들을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듣는 얘기가 있다. 자신들은 미 주류사회에 끼지 못하고 한인사회에서도 겉도는 ‘이방인(아웃사이더)’ 같다는 정체성의 혼란스러움이다. 마치 고립된 ‘섬’에 혼자 남겨진 삶 같다는 말도 들었다. 정체성의 혼란과 부적응으로 정신병이 생긴 입양인 자매가 DC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봤고,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비극적인 뉴스도 종종 들었다.
대한민국은 6·25 전쟁 이후 70여 년간 약 17만~20만 명의 아동을 해외로 보내며 ‘세계 최대 아동(고아) 수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얻었다. 한국정부는 근래 민간 중심의 입양 체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개편하고, 국내 입양을 최우선으로 활성화해 2029년까지 ‘해외입양아 제로’ 실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과거 매년 수백 명에 달하던 해외 입양 아동 수는 최근 수십 명 단위로 급감했다. 지난해는 24명으로 전년도(2024)의 58명보다 크게 줄었다.
워싱턴 지역의 한인 입양인은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미국 전체 한인 입양인(약 10만 명)의 1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패밀리스(Asia Families)가 매년 여름 한인입양아들과 미국인 양부모들을 위해 개최해 온 ‘쌀캠프(Rice Camp)’가 올해를 끝으로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볼티모어 인근 펄스톤 컨퍼런스 리트릿 센터에서 열릴 올해 행사 준비에 바쁜 아시아 패밀리스의 송화강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 보건복지부 지원금으로 행사비용을 충당했는데 올해 해외입양단체 지원금 업무가 재외동포청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예산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2만달러를 받았는데 올해는 4분의 1에도 못미친다”고 토로했다. 이어 “2박 3일간의 캠프장 대여비와 행사비용이 꽤 높아 축소된 지원금으로 지속하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쌀캠프는 매년 150여명의 한인 입양아들과 가족들이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한미양국을 잇는 가교이자 든든한 유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0년 시작돼 올해로 벌써 16년째다. 그동안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 지역사회 한인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미국인 양부모들이 매년 기다리는 서머 캠프로 자리잡았다. 이 캠프를 통해 어릴 때 모국을 떠나 온 한인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알고, 모국을 자랑스러워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한다. 양부모들은 자신들의 입양자녀가 태어난 나라를 알고 이해하며 친밀감을 쌓는다.
이런 취지를 잘 알고 그동안 주미대사관의 보건복지관,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등도 영문으로 된 한국문화관련 책자와 관련 자료 제공 등을 통해 뒤에서 열심히 도우며 힘을 보태왔다.
한국정부는 해외입양인이 자신의 뿌리와 연결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모국방문사업, 모국어연수, 모국 문화체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도 이번의 갑작스런 지원금 대폭 삭감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적어도 입양아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양부모들 역시 입양자녀의 모국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아는 한인 입양아들과 양부모들은 한국에 귀중한 인적 자산이 된다. 한인 입양아들에 대한 지원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한국정부가 ‘입양 중단’을 선언했다 해도 70여년간 해외로 나간 한인 입양인들 문제가 무 자르듯 일시에 중단되거나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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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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