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그가 한 가지 일만큼은 해냈다고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나토(NATO) 회원국들이 정당한 몫을 부담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오랫동안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트럼프의 방식은 거칠고, 연극적이며, 거래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표현한 감정 자체는 폭넓게 공유되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은 그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자국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1.4%를 국방비로 지출했지만, 2025년에는 그 비율이 거의 2.3%에 이르렀다.
그러나 바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정은 유럽이 더 많이 지출하면 미국은 덜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틀린 생각이다.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트럼프는 2027 회계연도에 무려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제안했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결코 나토의 필요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전 세계에 기지와 함대, 그리고 안보 공약을 보유한 글로벌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반영한다. 워싱턴은 러시아를 억제하고, 중국에 대응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투사하고, 세계 해상 항로를 보호하며, 본토를 방어하고, 핵 우위를 유지하며, 우주를 지배하고, 드론과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며, 해외 먼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존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18년 유럽 방위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이 미국 전체 국방비의 약 5%에 불과하다고 계산했다.
유럽의 국방비 지출이 증가할수록 유럽 대륙은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될 것이며 미국에 덜 순응하게 될 것이다. 7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토 내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워싱턴에 막대한 이점을 제공해 왔다. 미국은 유럽 전역에 30개가 넘는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최근의 이란 관련 작전을 포함한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은 유럽에서의 접근권, 기지 사용권, 영공 통과권에 크게 의존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종종 전쟁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자국 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존재, 심지어 적대적인 존재로 보기 시작하면서 워싱턴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항상 자국의 더 광범위한 전략, 특히 경제적 압박 캠페인에 동참할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그러나 전직 국방부 관리 셀레스트 월랜더가 포린 어페어스에 썼듯이, 유럽은 이미 자체적인 이해관계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동결 자산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해운, 금융, 기술 분야에 대한 자체 제재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배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제결제망 SWIFT 역시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만약 워싱턴이 푸틴 대통령과의 거래를 위해 모스크바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려 한다면 유럽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반대로 워싱턴이 이란이나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할 경우에도 유럽은 주저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무기 문제가 있다. 나토에서 미국이 지도적 위치를 차지해 온 숨겨진 이점 중 하나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F-35 전투기, HIMARS, 패트리엇 미사일, P-8 해상초계기 등 수많은 무기체계를 구입했다. 그것이 단지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한 무기들이 유럽을 미국과 결속시키기 때문이다. 공통 장비는 연합작전을 더욱 쉽게 만든다. 또한 최전선 국가들에게 미국 군대가 계속 관여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제 유럽의 관리들은 미국산 군사장비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미래에 트럼프 행정부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예비 부품, 또는 작전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덴마크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세대 무기를 미국에서 구매할지 여부를 세 번쯤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미국 방산업체들에게 이것은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전략 차원에서는 그 손실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무기 판매는 단순한 상업 거래가 아니다. 그것은 협력의 관행과 공동 전략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위험이 있다. 우리는 쉽게 ‘유럽’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말하지만, 국방예산은 여전히 각국의 국가 예산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 정부는 재정적으로 궁핍하다. 분석가 리아나 픽스가 포린 어페어스에서 지적했듯이, 가장 큰 지출 능력을 가진 국가는 독일이다. 그리고 독일은 이제 놀라운 규모로 국방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필요하다. 독일은 너무 오랫동안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독일은 유럽에 깊이 뿌리내린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그 정치적 DNA 어딘가에 공격적인 충동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는 규모와 힘이 중요하다. 주변국들보다 훨씬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독일은 프랑스, 폴란드, 그리고 주변의 소규모 국가들에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1945년 이후 미국 전략의 천재성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전통적인 강대국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를 견제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은 수세기에 걸쳐 참혹한 전쟁을 낳았던 유럽 내부의 경쟁 관계를 완화했다. 그리고 안정적이고 평화적이며 친미적인 체제를 구축했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연쇄 반응을 촉발했다. 시간이 지나면 미국인들은 과거의 나토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공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을 중심에 둔 채 세계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성공적인 안보 체제였기 때문이다.
<
파리드 자카리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