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지훈 간센터 교수가 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인진쑥이나 브라질너트 같은 건강보조식품은 간암 예방에 큰 효과가 없습니다.”
19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지훈 간센터 교수는 “최근 근육을 키우려고 단백질 셰이크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다 약물성 간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의 핵심 역할은 몸에 들어온 물질을 대사해 독성을 제거한 뒤 소변 등으로 내보내는 일인데, 몸에 좋다는 영양제라도 다량 섭취하면 간이 계속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서 손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간암은 술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김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B형 간염 바이러스”라며 “혈액이 묻은 공용 손톱깎이 등 위생용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감염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B형·C형 바이러스 감염자를 대상으로 6개월마다 국가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검률은 50% 안팎”이라며 “특별한 증상이 없는 간암은 일찍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반드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요인은 무엇입니까.
“간세포에 변형이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만성 염증이 간암의 핵심 원인이에요. 국내 간암의 약 절반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다음이 알코올성 간질환이고, 최근에는 비알코올성(대사이상) 지방간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C형 간염이 세 번째 원인이었지만, 서구화한 식습관의 영향으로 대사이상 지방간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어요. 어떤 원인이든 염증이 지속돼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간암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공용 손톱깎이도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에 직접 노출될 때 전파됩니다. 대중목욕탕의 공용 손톱깎이를 예로 들면 바이러스 보균자가 사용하다가 상처가 나 피가 묻을 수 있잖아요. 이를 다른 사람이 사용할 경우 감염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생용품은 가급적 공유하지 않는 것이 안전해요.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고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40세 이상이 되면 C형 간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알부민 보충제나 브라질너트를 챙겨 먹는 이도 많습니다.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인진쑥, 브라질너트, 알부민 보충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어요. 각종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은 더 많은 물질을 대사해야 합니다. 간의 역할은 몸에 들어온 물질을 처리하고 독성을 제거해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게 돼요.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성 간 손상 같은 악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간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간 기능이 정상일 때는 간에 2~3㎝ 크기의 종양이 생겨도 몸에 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요. 상복부 통증이 느껴지거나 복수가 차고, 황달이 오거나 다리가 붓는다면 이미 간경변증이나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합니다. 이유 없는 피로감이 생활습관을 바꿔도 지속된다면 검사가 필요하지만, 사실 피로감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어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요. 따라서 B형·C형 간염이 있거나 간경변증을 앓는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간암 치료는 상당히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보통의 암은 병기에 따라 수술이나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지만, 간암 환자는 대부분 간경변증 같은 기저질환을 안고 있어요. 암의 위치가 나쁘지 않아도 절제 후 남은 간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간 기능이 정상인의 80% 수준인 환자인데 간 절반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남은 간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환자의 간 기능과 종양 상태에 따라 절제술, 간이식, 국소치료, 색전술, 전신치료 등을 적절히 선택하거나 병행해요. 우리 병원에서 매주 내과와 외과, 병리과 등 7개 분과 전문의가 모여 치료 방침을 논의하는 것도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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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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