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저염증 식단, 치매 위험 최대 29% 감소
▶ 지중해식·DASH·MIND 식단, 뇌 건강 도움
▶ “과일·채소 늘리고 초가공식품 줄여야”

[클립아트 코리아]
치매 위험과 관련해 유전적 요인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는 생활습관, 즉 스스로 바꿀 수 있는 행동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들도 건강한 식사 패턴, 특히 염증을 덜 유발하는 식단을 따를 경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의학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되었으며,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60세 이상 성인 약 1,900명을 1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동안 240명이 치매를 진단받았다. 참가자들은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변화를 나타내는 단백질(바이오마커)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받았으며, 여러 차례 식습관에 관한 설문조사에도 응했다. 연구진은 이후 다음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식단의 질을 평가했다.
▲대체 지중해식 식단(AMED): 식단이 얼마나 지중해식 식단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충분한 채소와 과일, 생선 섭취와 붉은 고기 제한 등이 포함된다. ▲대체 건강식 지수(AHEI):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식품을 얼마나 포함하고, 위험을 높이는 식품을 얼마나 배제하는지에 따라 식단을 평가하는 지표다. ▲역 경험적 식이 염증 지수(rEDII): 특정 음식과 음료가 혈중 염증 지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식단의 염증 유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연구진은 이처럼 구체적인 건강 식단 유형을 분석함으로써, 위험 수준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단이 더 중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
리고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 제1저자이자 카롤린스카 연구소 객원 연구원인 안야 므르하르는 이메일을 통해 “염증 유발 가능성이 낮은 식사 패턴은 바이오마커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서 치매 위험 감소와 가장 일관된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관련된 혈액 단백질인 p-tau217 수치가 높은 사람들 가운데 저염증 식단을 따른 사람들은 다른 식사 패턴을 가진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29% 낮았다.
또한 연구진은 보다 일반적인 신경퇴행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가진 사람들에게서도 거의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신경염증을 나타내는 지표인 높은 GFAP 수치와 신경세포 손상의 지표인 높은 NfL 수치가 포함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대학교 그로스먼 롱아일랜드 의과대학의 앨리슨 B. 라이스 교수는 “이 연구의 훌륭한 점은 신경세포 손실이 이미 시작된 사람들에게도 치매가 반드시 정해진 운명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도 한계는 있다. 이 연구는 식단이 치매를 직접 유발하거나 예방한다고 증명하지는 못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관찰했을 뿐 특정 식이요법의 효과를 실험한 것은 아니다.
또한 참가자들이 자신의 식습관을 스스로 보고하는 방식에 의존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라이스 교수는 또 연구 참가자들의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저염증 식단이 도움이 되나
식물성 식품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단이 더 나은 인지 기능과 낮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이미 상당히 축적돼 있다.
고혈압 예방 식이요법인 DASH 식단과 DASH 식단과 지중해식 식단을 결합한 MIND 식단 역시 각각 인지 기능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와 같은 일부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도 건강한 식단의 이점이 여전히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한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APOE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지중해식 식단을 가장 크게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APOE4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적 위험 요인이다.
이번 JAMA 연구는 특히 저염증 식단이 왜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들은 염증이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을 점점 더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워싱턴대학교 의대 영상의학·신경학과의 사이러스 A. 라지 교수는 “체내 염증은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고콜레스테롤이나 제2형 당뇨병 같은 건강 문제가 쌓일수록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염증은 이후 아밀로이드나 타우와 같은 비정상적으로 접힌 단백질이 일으키는 손상에 대해 뇌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염증 식단은 뇌 건강을 지원할 수 있으며, 특히 치매로 이어지는 초기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경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라이스 교수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가족력을 통해 자신이 치매 위험이 높은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궁극적으로 굳이 위험 여부를 찾아다닐 이유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저염증 식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저염증 식단이 심장과 간 같은 다른 장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며 “우리 몸의 모든 장기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상호 의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염증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이나 일반적인 영양 가이드라인에 따른 건강식과 매우 유사하다. 므르하르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도 이러한 식단들은 특히 바이오마커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서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또한 이들 식단은 염증 감소 외에도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거나 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위험 수준의 사람들에게 뇌 건강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장기적인 뇌 건강을 위한 식사 방법
이번 연구가 주는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 식사 패턴 모두 다양한 집단에서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으며, 각각은 개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폭넓은 식사 방식이라는 점이다.
므르하르 연구원은 염증에 초점을 맞춘 rEDII조차도 특정 식단을 처방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rEDII가 식단 전체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인 만큼, 이를 단순히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과 염증을 줄이는 음식의 목록으로 해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다음과 같은 건강 식습관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기
가능한 가장 쉽고 맛있는 방식으로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하라. 라이스 교수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물론 냉동 제품도 모두 훌륭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먹는 것이며, 전혀 먹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해도 좋다. 그녀는 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이는 방법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주키니를 제과류에 넣거나, 익힌 당근을 토마토소스에 섞는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속에 채소를 숨겨 넣는 방법이다.
▲초가공식품 섭취 줄이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라지 교수는 자연 상태의 음식과는 거리가 먼 정제 곡물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처럼 긴 가공 과정을 거친 포장식품은 대체로 염증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식품들은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적고, 가공되지 않은 식품보다 포만감도 낮은 경우가 많다.
다만 이들 식품은 가장 저렴하고 가장 편리한 음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라이스 교수는 “마이크로웨이브용 냉동식품을 데워 먹거나 매일 밤 전문 셰프처럼 요리하는 것,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중간 지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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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Slo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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