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적 취약계층’ 기준
▶ 예외규정 대폭 강화 논란
▶ 25개주 “막판 변경 강행, 시행 불가능한 일정 강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25개 주와 워싱턴 DC가 저소득층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의 경우 메디캘) 수급자에 대한 근로요건 강화 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근로요건 면제 대상이 되는 ‘의학적 취약계층’의 정의를 연방정부가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점이다. 원고 측은 새로운 기준이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취약계층의 메디케이드 자격 유지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규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대규모 세제·예산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법안(OBBA)’에 포함된 메디케이드 근로요건 조항의 시행 지침이다.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 의료보험 제도다. 해당 법에 따라 메디케이드 가입 대상을 확대했던 40개 주와 워싱턴DC는 성인 가입자들에게 매월 최소 80시간 이상 근로, 학업, 직업훈련 또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연방 승인을 통해 메디케이드 확대를 시행해 온 조지아, 테네시, 위스콘신주 역시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이번 소송은 연방 보건부(HHS)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이달 발표한 임시 최종 규정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새 지침은 ‘의학적 취약계층’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건강 상태로 인해 실제 근로 능력이 현저하게 제한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원고 측은 의회가 법안에서 이 같은 추가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행정부가 법률 취지를 자의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로드아일랜드주 법무장관 피터 네론하는 성명을 통해 “근로가 불가능한 취약한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막판에 축소하려는 시도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행정부는 또다시 의회의 입법 권한을 우회하면서 법을 위법하게 재해석하고 있으며, 주정부들에게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을 서둘러 시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또한 새 지침이 연방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근로요건이 실제 취업 증가보다는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수급자들의 보험 상실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를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아칸소주의 메디케이드 근로요건 시행이 거론됐다. 당시 아칸소주는 제도를 도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약 1만8,000명이 의료보험 자격을 상실했고, 이후 연방법원은 해당 정책의 시행을 중단시켰다. 후속 연구에서는 근로요건이 실제 고용 증가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도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새 근로요건이 시행될 경우 전국적으로 300만~700만 명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연방정부는 새 규정이 충분한 유연성을 갖추고 있으며 ‘의학적 취약계층’ 예외 범위도 여전히 광범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CMS 책임자인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이달 초 새 지침 발표 당시 성명을 통해 “이번 규정은 근로와 교육, 직업훈련,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기술과 자립 능력을 키우고 가족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주정부들은 이미 기존 법률과 연방정부의 초기 지침에 따라 제도 시행을 준비하기 위해 상당한 예산과 행정 자원을 투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오는 8월31일까지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에게 변경된 ‘의학적 취약계층’ 기준을 통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주정부들은 해당 일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각 주는 2027년 1월1일까지 새로운 메디케이드 근로요건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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