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8일 뉴욕시의 일상을 뒤로하고 아내, 그리고 어제 캘리포니아 헌팅톤 비치에서 온 작은딸과 함께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달린 지 다섯 시간 조금 넘어, 뉴욕주의 주도인 올바니(Albany)에 도착했다.
전날 시애틀에서 날아온 큰딸 가족(큰딸, 사위, 8학년인 손자. 5학년인 손녀, 2학년인 손녀)이 우리를 맞이했다. 뉴욕 주립박물관 정문 앞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반가워했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공룡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월이 정교한 조형물과 사진으로 펼쳐져 있었다. 이 땅의 원주민들이 일궈낸 삶의 자취와 수세기에 걸쳐 쌓여온 뉴욕 주민들의 역사를 살피며,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터전의 뿌리를 다지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맞은편에 웅장하게 서 있는 뉴욕주 정부 청사 건물 뒤 의사당 건물 안에 들어가 위엄있는 건축미를 보았다.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뒤로하고 첫날 밤은 하우 동굴(Howe Caverns) 근처의 모텔에 여장을 풀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아침, 하우 동굴 관람에 나섰다. 어둡고 서늘한 동굴 내부로 들어서자 돌산 속으로 수많은 세월 동안 줄기차게 흘러내린 물길이 만든 오묘한 조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작은 줄기의 물이 장구한 시간에 걸쳐 단단한 바위를 뚫고 신비로운 동굴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동굴 깊은 곳, 물이 들어차 있는 구간에서는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며 안내인의 설명을 들었다. 동굴 벽면에 반사되는 빛의 잔영이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했다.
오후에는 호수의 도시, 쿠퍼스타운(Cooperstown)으로 이동했다. 오트세고 호수(Lake Otsego) 변에 자리 잡은 모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쿠퍼스타운 시내로 향했다. 쿠퍼스타운에서 이국적인 풍미가 가득한 인도 식당에서 가졌던 저녁 식사는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도로 옆 절벽 아래로 까마득하게 보이는 오트세고 호수가 등골을 서늘하게 할 만큼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셋째 날 오전에는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을 방문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동상이 우리를 맞이했다.
위층 전시장으로 올라가자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Derek Jeter)와 메츠의 영웅 칼로스 벨트란(Carlos Beltrn)의 사진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시대를 풍미했던 야구 스타들의 유니폼과 배트, 글로브, 사진을 살펴보며, 그들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플라이 크릭 사이다 공장과 과수원(Fly Creek Cider Mill & Orchard)에서 사과 사이다를 시음했고 손주들이 오리 경주 놀이와 다람쥐 쳇바퀴 놀이를 하며 즐겁게 놀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쿠퍼 파크(Cooper Park)로 가서 오래된 묘지부터 고풍스러운 성공회 교회, 그리고 이 도시의 기반을 다진 쿠퍼(Cooper) 가문이 살았던 생가를 둘러보았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쿠퍼 가문이 이 지역 사회와 문화에 남긴 족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가 설명 후에 질문 있느냐고 묻자 제일 어린 손녀가 제니에 대해 질문을 해 기특했다.
네째날 아침식사 후에 큰딸 가족과 작은딸과 석별의 포옹을 하고나서, 나는 아내와 함께 차를 몰았다. 뭉게구름, 목장, 옥수수 밭, 울창한 숲들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서로 다른 삶의 공간에 있던 우리를 다시 가족이라는 마음의 울타리로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3박 4일의 이번 올바니와 쿠퍼스타운 여행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리라.
<
윤관호/시인·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