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었을 때 우리는 집 안에 갇혀 지냈다.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웠고, 언제 이 위기가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자서전 쓰기반을 지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런 때에 무슨 자서전입니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곧 생각이 달라졌다. 두려움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했고, 무엇인가를 남겨야 했다. 오히려 지금이 뭔가를 남겨야 할 때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줌(Zoom)을 통해 5주간의 자서전 쓰기 강의를 시작했다.
화면 속에 모인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부모와 고향, 결혼과 자녀, 직업과 신앙, 이민과 정착,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모두가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어느 한 사람의 인생도 평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서전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글이다. 그러나 단순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를 성찰하는 기록이다.
좋은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말아야 한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 실수와 후회도 삶의 일부다. 또한 모든 일을 기록할 필요도 없다. 내 삶의 방향을 바꾼 사건과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면 된다.
중요한 사실과 날짜는 사진이나 편지, 가족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과 명예를 존중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쓰는 것이다. 자서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문장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삶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오늘의 코리아타운은 누가 기록하고 있는가? 한인 이민사는 유명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벽부터 식당 문을 열었던 사람, 세탁소와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사람,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자녀를 키운 사람, 영어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오늘의 한인사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다. 특히 이민 1세대의 기억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들이 경험한 고향의 삶과 이민의 과정,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의 어려움, 인종적 편견을 극복한 경험, 자녀 세대와의 갈등과 화해 등은 다른 사람이 대신 기록할 수 없는 소중한 역사다.
따라서 한인사회에서 ‘자서전 쓰기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거창한 책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에게 어린 시절을 묻고, 이민 오기 전의 삶을 묻고, 왜 미국에 왔는지, 처음 어떤 일을 했는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오래된 사진과 편지, 이민 서류와 신문기사도 훌륭한 역사자료가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자서전은 가족에게는 가족사가 된다.
그러나 같은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면 그것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한인 이민사의 1차 자료가 된다.
코리아타운의 역사는 건물이나 상점의 역사가 아니다. 그곳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다. 따라서 코리아타운을 제대로 기록하려면 그곳에서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부터 기록해야 한다.
2020년 팬데믹의 두려움 속에서 시작했던 자서전 쓰기반은 이런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역사는 유명한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온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리고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그 역사는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의 인생을 기록하십시오. 그것은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온 이민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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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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