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세계에서 제일 깨끗하고, 대중 편리 최고로 운영된다는 서울 전철안에서 언제 보아도 낯설지 않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 나라에 왔구나 하는 정겨움이 나를 품어주었다. 5호선 광화문 역에서 내려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 훤하게 탁 트인 광화문 네거리가 두 팔 벌리며 “오랫만야!” 하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눈을 들어 멀리 북한산에 둘려있는 배경으로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이 순신장군, 그리고 지혜로운 세종대왕의 동상은, 변함없이 대한민국 역사의 기개를 뿜어내며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K목사님의 사모님께서 근래 노환의 지병으로 서울, 어느 요양소에서 말년을 보내고 계셨다. 목사님 말씀대로 누구나 고상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같다. 지난 수 십년 세월, 언제 만나도 우아하고 아름다우시던 사모님, 목사님의 뒤에서 온갖 뒷바라지 하시며 목사님의 버팀목이 되어주신 사모님을 이렇게 요양원, 휠체어에서 뵙게 될 줄이야. 훌륭한 목사님뒤에는 언제나 희생, 헌신하는 사모님이 계시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 나를 알아 보시는 모습에 반갑고,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음식도 잘 넘기지 못해서 이제는 위장으로 튜브를 넣어서 영양 섭취를 이어 가신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씹어서 넘기는 일에 감사해 본적이 있는가. 늘 누리는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무감각하며 불평에 물들어 살고 있는지. 공짜로 마시는 공기, 누구는 이 공기를 마시기 위하여 수 억대의 값비싼 인공 호흡기를 연결하며 생명을 의지하고 사는데 말이다.
서울에서 있었던 ‘Small is Big’ (작은 게 큰 것이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주위에 별수롭지 않은 일상 속에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오랫동안 사용한 삼성 갤럭시 스마트 손목시계, 크리스탈(앞면 유리)이 어느 날, 덜렁 거리며 빠져 나오려 해서 급하게 수리가 필요했다.
나는 서울에서 양평의 집으로 가던 중, 무더위도 식힐 겸, 중간 회기 전철역에 잠시 내려서 역내 카페에 들렸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며 삼성전자 A/S 거래처를 연락해 봤다. 담당자는 내 설명을 듣더니 오늘 저녁에 우리 집 양평에 들리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서울에서 양평이면 꽤나 먼 거리인데 어떻게 이 오래된 손목시계를 수리해주러 양평까지 올 수 있단 말인가.
암튼 양평 우리 집 주소를 보내주고 집에 돌아와 그가 도착한다는 7시30분 저녁 시간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정말로 시간 전에 그가 전화를 걸어 약간 늦는다고 했다. 저녁시간이라 근처에서 라면을 사먹고 온단다. 마침 집에 있던 내 동생이 그를 위해 이미 냉콩국수를 준비하고 있던 중이어서 우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라고 권했다. 그가 곧 도착해서 저녁을 들기 전에 식기도를 하는 모습을 바라 보았다. 반가워서 크리스찬이냐고 물었다. 그는 전에 몽골, 러시아, 아프리카 등등 많은 나라에서 선교사로 사역했던 이야기들을 신나게 들려 주었다. 보이지 않던 끈이 나를 묶어 주는 듯했다.
손목 시계, 자그만 부품을 수리해 주려고 이 먼 거리를 찾아온 그 분은 내 시계를 갖고 곧 바로 당신 집이 있는 먼 고양시로 떠났다. 아마 두 시간 15분 쯤 밤길을 운전하고 갔으리라. 그 이튿날, 그는 시계를 수리하고 곧바로 택배를 통해 보내 왔다. 미국이라면 아마, 한, 두달 걸리든지, 아니면, 새 시계로 아예 바꾸라고 했을터인데. 서로 믿고, 시계를 주고, 받고, 따듯하게 식사 한 번 대접하고, 대접 받고, 신속하게 일 마무리해주고. 그는 오늘도 남을 위하여 뛰는 자그마한 거인이리라. AI 시대의 시간관리 메트릭스는 아마 이런 분의 시간 관리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일보다 마음이 앞서는 extra mile principle이 주는 감동을.
그렇게 지내다가 두어 달후, 미국에 돌아 왔다. 병원 방문을 위해 혈액 검사를 근처 Lab에서 하게 되었다. 불친절하고 퉁명하게 대해주는 Lab에서 아침, 두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 채혈을 마치었다. 그리고 두 주 후에 주치의를 만나러 가는 날, 그래도 혹시나해서 혈액 검사 결과를 체크했더니 아직도 안나왔단다.
왜 이리 오래 걸리는가 문의해보니 내 혈액 검사를 이 곳 메릴랜드에서 켈리포니아로 보냈단다. 내 피 안에 무슨 금이라도 있었나…왜 여기서 하지 그 멀리까지 보내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빨리 빨리’의 서울 문화가 간절해졌다. 작년 서울에서 병원 방문시 혈액, 소변 검사. 부정맥 검사등등을 해도 2시간 안에 모든 검사 결과가 의사에게 와 있던 생각이 났다. 미국에서는 기다리다 죽는다는 의료 시스템에 새삼 놀랄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양평에서 부는 바람, 서울에서 부는 바람, 그리고 미국에서 부는 바람, 윙윙…. 내 마음이 여름 속, 초원을 달린다. 내 자신도, 주위에도 작은 거인이 많기를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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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자 한미국가 조찬기도회 이사장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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