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용 교수(메릴랜드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는 ‘인터뷰미술소설 조선의 명화 1, 최북, 심사정, 이인상, 김홍도' 를 통해 조선의 명화를 소개하면서 획기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그림이라는 것은 보는 것, 즉 시각적인 기능으로 감상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전통적 관념을 깨뜨리고 ‘보는 그림'에서 ‘듣는 그림' 혹은 더 나아가서 ‘말하는 그림'으로 바꾸는 신기롭고 놀라운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면 그림은 하나의 객관적 대상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객관적인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다. 즉, 주관과 객관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주/객의 구분을 허물어 버리고 그림과 그 그림을 접하는 감상자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그림이 단순히 하나의 객관적인 예술품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서 우리에게 자기를 보여주고 자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주체로 등장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사를 전공한 분들은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소개할 때 그 작품의 저자 (이 경우에는 화가)를 소개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자기들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규용 교수는 비록 동양미술사나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에서 동양미술이나 한국미술 전문가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의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작품들을 단순한 미술사의 영역에서만 국한시킨 작품해석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그 작품의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 저자의 작품이 객관화 된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이 작품이 뚜렷한 주관을 가진 하나의 주체로(subject) 나타나도록 하고있다. 저자인 최규용 교수는 대화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한 미술 작품을 단순히 우리의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의 대상으로 등장시킨다. 즉 한 작품이 생생하게 스스로가 우리에게 자기를 ‘말'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그린 화가와의 의미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인터뷰'(inter-view)라는 말을 썼다. 즉 내면적인 통찰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 작품의 화가들과 깊은 차원의 ‘대화'(dia-logia)즉 라이몬 파니카(Raimon Panikka, 1918-2010)가 말한 “서로를 꿰뚫는” 깊이 있는 미적인 교감과 정신적 교류를 하고 있다. 대화의 철학자 마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하나의 객관적 물체(It)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주체성을 가진 대상 즉 ‘Thou'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과 작품의 관계를 단순한 ‘I and It' 의 관계가 아니고 ‘I and Thou'의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즉 미술작품이 하나의 작품의 모습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한, 이 작품은 예술품이 되지 못한다. 이 작품이 하나의 전시된 작품의 모습을 깨어버리고 벽에 걸린 작품에서 뛰쳐나와서 대화의 상대로 나타날 때만이 그 작품은 값진 골동품의 탈을 벗어난 한 폭의 예술이 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저자 최규용 교수는 수년에 걸친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조선의 명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해설한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는 200년 전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단순히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이 우리에게 자기들의 이야기를 말하게끔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그림은 시각(視覺)의 예술이다 그러나 저자 최규용 교수는 이 시각(視覺)의 예술을 청각(聽覺)의 예술로 바꾸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화가들 개인의 이야기, 사회적·정치적 배경, 재미있는 일화 등을 그림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 그림들이 우리에게 해 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대화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아야 그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그림만 보아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저자와 화가 사이의 대화를 통해서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저자는 이 작품들의 화가와 활발하고 생생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 대화는 단순한 ‘상상'에 의한 대화가 아니다. 저자는 ‘소설'이라고 했지만 그냥 소설이 아니다. 철저한 역사적 연구, 다양한 자료와 기록, 이 작가들에 대한 후대의 전문가들이 연구한 책과 논문들을 폭넓게 섭렵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대화를 이끌어 간다.
이 책의 또 하나 특징은 ‘대화'를 문학적인 예술의 차원으로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조선시대의 대표적 화가들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묻고 대답하는 수준이 아니다. 저자는 중국의 당, 명, 청 나라를 비롯한 많은 유명시인들의 시를 적절하게 인용하면서 여기에 나온 대표적인 화가들과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때로는 저자 자신의 독창적인 시(詩)를 읊으면서 화가들과 미술적 교감을 나눌 뿐 아니라 서로 시(詩)를 나누는 문학의 세계를 거닐고 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화가들로 하여금 자기들도 생각지 못했던 차원의 미적 감각과 시적 영감을 얻게끔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조선의 명화를 대표하는 네 거장, 최북, 심사정, 이인상, 김홍도 개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한(恨)과 꿈을 또한 들을 수 있게 대화를 이끌어 간다. 조선 사회가 가졌던 신분제도와, 그 당시 화가로서의 사회적 위치라는 한계 속에서 이 화가들이 좌절과 고뇌와 희망이 그림과 시라는 예술을 통해서 승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소설로 읽을 책이 아니다. 그림을 보고 대화를 들으며 작품의 세계를 산책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명상하며 한장씩 한장씩 감상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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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찬 조지메이슨대 명예교수 동양정신문화연구회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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