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와 수퍼에이저(Super-ager)의 일상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올여름 한국은 한증막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덥다. 이 더운 날에도 학교에서 늘 연구실을 지키시던 이 교수님이 생각나 찾아뵈려고 연락드렸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교수님의 근황을 듣고 그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늘 책을 보시며 연구실을 지키시던 교수님께서 몇 년 전부터 집에 오는 길을 잃어 가족들이 의아해했는데 그만 가족을 몰라볼 정도로 치매가 진행되셔서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다는 것이다.
‘설마? 나는 알아보시겠지.’ 그런 마음으로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교수님은 예전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살이 많이 빠지고 노쇠해진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데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며 “아가씨는 누구냐”고 물으시더니,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과자를 건네주셨다.
이처럼 치매는 단순한 건망증과는 달리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우며 심지어 가족도 몰라볼 상태로 진행된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전체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손상이나 혈전으로 인해 뇌에 혈액 공급이 줄어 발생하는 혈관성치매, 비정상적인 단백질 축적로 인해 뇌 기능 저하와 파킨슨병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루이소체 치매, 성격 변화와 언어 장애가 나타나는 전측두엽 치매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치매가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왔는데 요즘은 40-50대에도 종종 치매증상을 보이는 소위 초로기 치매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40-50대에도 종종 나타나는 초로기 치매 환자와 나이 들어 생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 비해 80대가 넘었지만, 50대의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시니어들을 가끔 보게 된다. 이러한 노년층을 수퍼에이저라 일컫는다. 수퍼에이저란 용어는 2007년 노스웨스턴 의과대학 알츠하이머 질환센터 연구진이 처음 사용하였으며, 한국의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한 수퍼에이저의 일상을 통해 수퍼에이저의 하루를 함께 살펴보자.
J씨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매일 시청한 운동 경기를 다시 한번 복기한다.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30여 년간 브리지를 즐겨왔다고 한다. 이렇듯 뇌를 많이 사용하는 J씨의 뇌는 어떤 상태인지 확인한 결과 일반 노인에 비해 피질 부위가 두껍고, 알츠하이머 초기증상과 관계가 깊은 신경 섬유 개수도 90% 가까이 적음을 발견하였다. K씨는 여든의 나이에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늦게 시작한 공부에 푹 빠져 6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 두 번 강의를 듣는다. 82세 N씨는 30년째 수영을 즐긴다. 길을 걸을 때 눈에 띄는 자동차 번호판 숫자를 암산으로 더하며 걷는다. 특별한 도구도 정해진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 N씨 만의 뇌 단련법이다.
검사 결과 두 사람은 80대의 나이에도 45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전두엽 크기 또한 상위 1% 수준으로 큰 것으로 확인됐다. 수퍼에이저들의 생활습관 또한 일반 노인에 비해 매우 규칙적이었다.
H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한 시간 동안 직접 구성한 맨몸운동을 한 뒤 신문을 읽고 뒷산을 산책하고 엑셀로 가계부를 정리한다. 그리고 80대 나이에도 매일 영어로 일기를 쓴다.
이렇듯 왕성한 활동을 하는 H씨의 뇌는 사실 동일 연령대와 비교하면 하위 12%다. 그럼에도 H씨가 본인의 나이보다 무려 35세 젊은 45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뇌에서 노화가 진행돼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뇌 가소성’에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의 임상 신경과학팀은 수퍼에이저는 일반인에 비해 운동능력과 관련된 회백질이 더 많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생활습관과 중년기부터 계단오르기, 정원가꾸기 등을 꾸준히하여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킨 덕에 뇌의 노화가 늦추어진 것이라는걸 밝혀내었다.
수퍼에이저들에게서 발견된 또 다른 공통점은 규칙적인 수면이다. K씨와 N씨, H씨는 대부분 밤 9시 무렵 잠자리에 들고 평균 8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 좋은 수면이 뇌 건강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아이치현 오부시에서는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건강 장수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계산하거나 순서를 기억하는 일명 ‘코그니사이즈’를 배운다. 인지를 뜻하는 코그니션과 운동을 뜻하는 엑서사이즈를 합친 말로 일본 국립 장수 의료연구센터가 치매 예방을 위해 개발한 운동. 코그니사이즈로 젊은 뇌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만나 본다.
뇌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다. 평생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뇌가 만들어진다. 뇌의 노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노화의 속도는 바꿀 수 있다. 심지어 뇌에 손상이 가더라도 증상을 늦출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가지고 있다. 나의 뇌는 지금 몇 살일까. 그리고 우리는 뇌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뇌 청춘인 수퍼에이저(Super-Agers) 가 되려면 운동이 최고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장전문의이자, 작가인 에릭 토폴 박사는 최근 출판한 ‘수퍼에이저: 장수에 대한 증거기반법’에서 운동이야말로 신체전반의 노화 속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17년간의 연구결과 밝혀내었다. 토폴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가는 수퍼에이저(초고령자) 1400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17년간의 대규모 연구결과,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운동이 수퍼에이저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특히 운동 중에서도 노년기 운동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특히 ‘근력운동’이라고 하였다. 노년기에 있어서 하체근력을 강화하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운동으로는 계단오르기 운동이 좋다.
계단오르기는 계단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관절강화, 유산소운동의 효과를 다 누릴 수 있다. 계단 오르기를 통한 엉덩이 근육강화는 요통과 척추변형을 막아주며, 노쇠의 가장 큰 원인인, 대퇴사두근을 향상시킨다. 계단 오르기를 30분간 하면, 약220Kal가 소모되어 빨리 걷기와 줄넘기보다도, 30-50% 가량 더 칼로리가 소모된다. 다만 무릎등 관절이 안 좋으신 분은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평지 걷기가 좋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과 보행력을 기르고 주변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한 사회적관계를 지속적으로하고, 코그니사이즈를 실천하며 양질의 수면과 함께 스트레스 관리도 잘해 나가면 누구나 수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 오늘부터 나가서 걷고 독서, 악기연주, 그림그리기등 뇌기능 향상과 봉사활동 등을 다양하게 하며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우리모두 치매가 아닌 수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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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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