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는 짙푸른 창공, 가을하늘을 날아야 제격인데 어지러운 세상 분위기와 지겨운 무더위 탓인가 무작정 하늘로 날아오르고만 싶다.
종교 상식이 일천한 두루미에게 성경, 법구경 몇 줄이 삶의 한 축을 흔든다.
예수는 ‘수고하고 짐진 자들’에게 탐욕을 버리고 바른 길을 걸으면 영혼이 안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가르쳤다. (마태복음 11장 28절) 여기서 ‘수고하고 짐진 자들’은 육체노동자들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고 사치, 허영, 출세, 치부 따위를 충족 못해 안달하는 천박한 부류들도 함께 지적했을 것이다.
싯다르타 석가모니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설파한 것도 탐욕, 증오, 불만의 늪에서 허덕이는 어리석은 중생을 계도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현실인 것 같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떠나버리고 사라져 버릴 것이니 쓰잘 데 없는 것들에 집착말라는 교시이다.
스승 공자도 ‘군자지 대로행(君子 大路行)’을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인자하고, 속 넓고 의연한 인격이어야지 사소한 일들에 발작하여 소란피우는 소인배 근성을 버리고 어질고 넓은 도량을 지닌 성품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훈시이다.
노자가 누누이 제시한 ‘무위자연(無爲自然)’ , ‘상선약수(上善若水)’ 같은 가르침도 오늘을 사는 인간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와닿는 말씀들이 아닐까. 그리고 이같이 거역할 수 없는 격언들은 세상이 더욱더 추악한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수록 한층 더 절규를 자아낸다.
두루미가 기후마저 난폭한 세태에서 초연하려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심정에 누군들 공감하지 않겠는가. 세상이 오늘날처럼 혼탁하게 돌아가는 것도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것이다. 세상을 더럽히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들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이 모순된 인간들의 무지몽매함에 처연을 금할 길이 없다.
두루미는 선지식들의 주옥같은 계명 아래 얼마나 복종해 왔는지를 반성하며 허공을 날고 싶다. 그리고 어리석은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온 자괴감과 함께 내 양심의 진면을 점검해 본다. 두루미,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가 제일 위대하고, 귀하고 등급 높다는 망상에 빠져 살고 있다. 한도 끝도 없이 광대무변(廣大無邊) 우주 앞에 겸손할 줄 모르고 자기가 가장 큰 존재라는 교만에 취해 우쭐대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권력 좀 잡았다고 하늘보다 자기를 더 알아 달라고 인간을 마구 짓밟는 놈이 있는가 하면 돈푼 좀 벌었다고 거드름 피우면서 더 많은 재산을 쌓지 못해 내상을 앓고 있는 놈도 있다. 돈과 권세만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인생을 헛스윙 마감하는 바보들도 많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가 폐부를 찌른다. 권력 있고 재력 있는 자들의 무모함, 버르장머리없는 교만이 세상을 죄악의 덩어리로 키우며 원망을 사고 있지만 이들의 만행에 분통을 터뜨리는 자신들의 양심은 정작 어디에 두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또한 냉철하게 반추해 볼 일이다.
두루미는 만고풍상 다 겪어오며 온갖 영욕을 체험해 봤다. 그 다채로운 삶의 역정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하나가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1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위선, 탐욕, 저주, 증오를 박차버리고 심기일전해 용서, 자비, 축복, 사랑, 평화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갖추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진리를 찾으라는 것은 뉴턴의 만유인력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같은 과학적 논리가 아닐 것이다. 위선, 탐욕, 저주, 질투, 모략 따위의 죄업에 노예가 되어있는 속박에서 벗어나 영혼의 진정한 자유를 찾는 것이 참 진리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불경에서도 줄곧 돈오와 해탈을 역설하는 것은 중생이 해탈, 돈오를 깨달아 성불하라는 것인데 이는 진리를 찾아 자유로워지라는 성경 말씀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근년 들어 엄청난 지구의 천재지변, 화산폭발, 지진, 산불, 폭풍우, 폭염, 홍수 대란에 민감한 요즈음이다. 갑자기 오늘까지의 여정에서 영혼에 적어 두었던 감상들, 그리고 인간관계로 부터 울려 온 느낌들에 나의 반성, 죄책을 고발과 함께 메모해 보았다. 두루미는 왠지 자꾸만 창공을 날고 싶다.
(571)326-6609
<
정 두루미 페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