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의원 “韓서 75∼80% 건조, 美서 조립”…한화 “록히드마틴 모델” 제시
▶ 美 규제·노조·공급망·관행 등 난제…HD현대 “현지 업체와 협력부터”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 [워싱턴 특파원단 공동 취재]
미국이 해군함정의 자국 내 건조라는 원칙을 깨고 조선 강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 아웃소싱할 수 있는지를 놓고 미국 내 업계와 전문가들이 16일(현지시간) '분산형 조선'(distributed shipbuilding)을 해법 중 하나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타진한 데 이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아마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 오는 기업들 몇몇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들은 우리와 선박(건조)에 있어 협력하고 있다"면서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 노후화한 미 함정을 신속히 대체하기 위해 한국의 선박 건조력에 의존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으로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의회에 계류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비(非)전투함에만 예외를 두는 조항이 추가된 상태다.
한미국제교류재단과 미 랜드연구소 주최로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에서 아미 베라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선체와 그 밖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며 "선박의 상당 부분, 75∼80%를 한국에서 건조하고, 우리는 그것을 구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민감한 군사 기술이 적용되는 군함의 특성상 "그런 기술은 아마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선박의 많은 부품을 해외에서 제작하고, 우리는 그 부품을 구매해 미국에서 최종 조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록히드마틴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도 합동타격전투기의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만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리트니 클레이턴 랜드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분산형 조선을 추진할 수 있다"며 "쿨터 CEO의 말처럼 선박의 각 부분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제작하고, 최종 조립과 시험은 미국에서 수행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국방부가 이런 방식을 염두에 두고 한국에 '군함 10척 건조'를 타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현행 법규대로 "'모든 것을 미국에서 건조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의 조선 역량에 비춰) 비현실적"이라고 베라 의원은 지적했다.
미 군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데는 미국의 법규뿐 아니라 상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의 정치인들, 현지 노동조합, 미군의 군함 발주 관행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베라 의원은 군함의 해외 건조에 반발할 "미국 노조의 반응"을 우려했고, 클레이턴 교수는 "여러 단계의 권한 체계와 규제 기관이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미국의 국방 획득 체계"를 지목했다.
또 "미 해군은 (발주 이후) 설계를 계속 변경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며 이같은 관행이 군함 건조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클레이턴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미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전투함과 급유함에 대한 정보 요청(RFI·Requests for Information)을 보낸 것은 한국의 설계·건조 역량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쿨터 CEO는 "RFI 발송의 핵심은 초기에 설계를 확정해 선박을 더 빠르게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 해군은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환 HD현대 미국법인장은 "미국 정부가 미국 조선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리더십"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1천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일명 '마스가')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화와 HD현대는 미국 시장에 대한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쿨터 CEO는 한화의 목표가 "한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방산 기업"이라면서 한미가 상대방을 수출 시장으로 보는 보호주의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식재산권(IP)이 해외에 있을 경우 공급 단절을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한화의 조선업 IP를 미국(한화 필리조선소)에 둠으로써 미국 정부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현지화를 강조했다.
홍 법인장은 노동력 문제, 특히 임금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인력에 비해 현지 인력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와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조선업 쇠퇴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은 거대한 팀워크 산업이다. 조선소만 있다고 자동으로 선박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계약업체, 협력업체, 군함 분야 기업, 상선 분야 기업, 엔지니어링 회사 등과 "관계를 만들고 배우는 게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하는 가장 신중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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