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미신고 해외 계좌를 바로잡는 길을 하나 소개했다. 일부러 숨긴 게 아닌 사람이 6년치 해외계좌 신고서(FBAR)와 3년치 수정 세금 신고서를 내고, 자산이 가장 많았던 때 금액의 5%를 한 번 내는 방식이다. 이 5%도 미국 거주자 얘기이고, 해외에 사는 한인은 아예 0%인 경우가 많다.
■ 겁부터 먹을 일이 아니다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을 신고하지 않아 이제 와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계좌의 존재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이자·배당 같은 활동 내역까지 한 번에 정리해 용서받는다. 정작 무서운 건 미신고 자체가 아니라, 연방 국세청(IRS)이 먼저 연락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 길은 하나가 아니다
게다가 길이 5% 방식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상황만 맞으면 그 5%조차 없이 부담 0원으로 정리하는 또 다른 길이 있다. 두 길을 가르는 질문은 하나다. “미국에 덜 낸 세금이 있는가?”
5% 방식은 안 낸 세금까지 함께 정리한다. 반면 두 번째 길은 더 낼 세금은 거의 없는데 ‘보고서’만 빠뜨린 경우를 위한 것이다. 보고서란 세금을 매기는 서류가 아니라 ‘나에게 해외에 이런 계좌·자산이 있다’고 알리는 서류일 뿐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만든 한국 계좌에 8억 원이 있는데 자녀는 최근에야 존재를 알았다고 하자. 이자에는 한국에서 이미 세금이 매겨져 미국 세금에서 깎아주니 더 낼 세금은 거의 없다. 빠뜨린 건 ‘보고서’일 뿐 ‘세금’이 아니다. 두 번째 길은 이런 경우를 위해 있다.
■ 회사 지분을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고서 누락은 계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법인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가진 사람은 그 회사 정보도 따로 보고해야 하는데, 모르고 지나친 교민이 많다.
회사가 미국에 곧바로 세금을 낼 상황이 아니라면 매년의 거래·실적 내역을 빠뜨렸더라도 ‘세금’이 아니라 ‘보고서’ 누락이라 같은 길로 용서받는다. 누락만으로도 큰 벌금이 가능한 항목이라 자진신고의 실익이 크다.
■ ‘봐줄 만한 사정’이 있으면 5% 없이도 된다
오해는 말자. 예전(2020년 11월 이전)에는 이 길이 벌금을 자동 면제해 주는 통로처럼 운영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빠뜨린 보고서와 함께 왜 빠뜨렸는지 설명하는 사유서를 내야 하고, 그 사정이 충분한지는 국세청이 사안마다 따진다. 그래서 이 길은 ‘무조건 가벼운 길’이 아니라 ‘봐줄 만한 사정(정상 참작)이 인정될 때 가벼워지는 길’이다. 뒤집으면, 그 사정을 분명히 보일 수 있는 사람은 굳이 5%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인정받으려면 보통 사람만큼 주의를 기울였을 것, 안 뒤에는 스스로 바로잡으려 했을 것, 무엇보다 덜 낸 세금이 거의 없음을 보일 것이 맞아야 한다. 부모가 만든 계좌라는 점, 직접 관리하거나 돈을 꺼낸 적이 없다는 점 같은 객관적 사정이 사유서의 핵심이다. “몰랐다”는 말만으론 부족하다.
자산이 섞여 있다면 자산별로 따져야 한다. 부동산 임대 소득은 ‘보고서 누락’이 아니라 ‘세금 누락’이라 두 번째 길의 대상이 아니니, 세금 문제와 보고서 누락을 갈라 각각에 맞게 정리하면 된다.
■ 맺음말: 나가는 문은 둘, 들어가는 문은 하나
두 길은 나가는 문은 달라도 들어가는 문은 같다. 국세청이 먼저 연락해 오기 전에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일단 세무·형사 조사가 시작되면 두 방법 다 쓸 수 없다.
한국에 계좌·부동산·펀드·법인 지분이 있는데 해외 계좌 신고(FBAR)를 한 적이 없다면, 겁먹고 덮어두기보다 내 경우가 어느 길인지 먼저 점검해 보길 권한다. 결과를 가르는 건 절차 선택이 아니라 사유서의 설득력과 ‘덜 낸 세금을 얼마나 정확히 따졌느냐’다.
이 계산이 어긋나면 가벼울 일이 무거워지고, 무거운 일이 형사 사건으로 번진다. 그러나 먼저 손을 든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분명히 열려 있다.
www.jclawcpa.com
<
존청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