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는 신들의 왕국이었다.
그보다 훨씬 전에도 신을 모시고 살던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같은 나라들도 있었지만,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운명까지도 신들의 뜻으로 해석하며 수많은 신들을 모셨다.
우리가 잘 아는 신들의 왕 제우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떠돌며 집에 가지 못하도록 시련을 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아테나와 아폴론 등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질투, 분노, 사랑 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그대로 갖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며, 오늘날의 판타지 영화와 다를 바 없이 인간 친화적인 이야기로 발전했다.
한편, 그리스는 역사적으로나 현재로나 기독교(동방정교회) 전통이 매우 강한 나라다. 신약성경 시대에 사도 바울이 선교 여행을 다니며 빌립보, 데살로니가, 고린도 등에 교회를 세운 곳이 바로 그리스 땅이며, 이후 천 년 이상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의 중심지로서 기독교 문화를 꽃피웠다.
현재도 그리스에서는 국가의 주요 행사나 대통령 취임식을 정교회 의식으로 진행하며,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그리스 정교회 신자다.
요즘 한국에서 오디세이아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나도 친구 덕분에 영화를 관람하였다. 어릴 적부터 ‘희랍 신화'로 이름 정도나 들어봤을 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오디세이아는 단순히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려 3,000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서사시가 현대의 판타지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이야기를 엮어냈을까?" 하는 시각으로 봐야 하는 위대한 고전이다. 신화는 그저 현실 그대로를 담아낸 아름다운 소설이 아니다. 닥터 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처럼 인간미 넘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신화적 연출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더 깊은 의식을 찾아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왜 거인이 등장하고, 그의 눈을 찌르는가? 왜 음식을 먹으면 돼지로 변하는데 주인공만은 그 악마 같은 능력을 이겨내는가? 늙은 거지로 변장해 고향에 돌아와서는, 아무도 당기지 못하는 활에 시위를 걸어 악한 자들을 죽이고 끝내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내와 아들의 품으로 돌아가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 못하며 며칠을 생각하며 지냈다.
희랍 자체가 나에게는 수천년 전의 황당한 허구의 이야기인데 오디세이아는 너무 나를 무지로 만든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형형색색으로 변한다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것은 결국 ‘가정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다.
오디세이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의 위대한 서사시 가운데 하나로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한 희랍 신화이다 보니 사전 지식이 꽤 깊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몇번을 본다고 해도 낯설게 느껴질건데, 이 분야만 평생 연구한 어떤 교수님은 이 작품을 보며 네 번이나 울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또 한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렸던 나의 감상은, 고전에 접근하는 내 역량의 한계다.
역량이 넘으면 나도 눈물이 나올려나. 이 신화는 그 이상의 것이 묻혀서 캘수록 뭔가 나올 것 같은, 내가 캐지못한 것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3,000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집으로 향하는 마음'만큼은 분명하게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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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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