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젠 꿈이야~~,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달래는 노래다. 가사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상쾌한 곡조로 70년대에 발랄했던 ‘토끼소녀(바니걸스)’가 불렀다. 그런데 가사를 뜯어보면 위로받기 보다는 절망적 비탄으로 가득하다.
지난 8월 4일은 현대 정치사적으로 매우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진 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비정상적 사법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자,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없이 국민의 통제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말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72년 만에 전면 개편하였다. 그 동안 말도 많았던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수사기소의 분리를 기본으로하는 사법체계의 개혁을 이제서야 이루어 낸 것이다. 왜 이렇게 더디고 험난했던가의 내막은 국민 각자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여기에도 반개혁의 목소리나 세부적 논란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지만 대세는 이미 굳혀졌다. 그 어떤 0,0001들에게는 그때가 좋았지, 한없이 좋았지, 그러나 이젠 꿈이야 ~~.
1993년 8월 12일 밤 10시에 김영삼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전격발표해 버렸다. 30년간 압축성장과정에서 야기된 가명, 차명, 무기명, 불로소득, 음성, 지하경제라고 하는 금융관행으로 계층간의 불화, 부정축재, 뇌물, 정치자금, 부패, 투기가 난무한 시절에 쾌도난마처럼 결단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눈뜨고 숨만 쉬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바보가 되는 세상에서 살아왔었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의 그 뿌리도 거기다. 그 당시에도 한밤중에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난리난리를 쳤다. 1982년 이철희, 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으로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돈이 국가 전체 돈의 40%가 넘는다느니, 도깨비 같은 이야기들로 온통 뒤숭숭해서 금융실명제 요구가 빗발쳤다. 당장이라도 시행하자고 했지만 지하와 지상의 보이지 않는 0.001%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10년동안이나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가 좋았을 사람들은 그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젠 꿈이야~~.
80년대 포니자동차의 출시로 자가용시대가 열렸다. 운전면허증을 따고 운전교습을 받으면 교습중에 교통경찰에게 걸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물론 이유없이 멀쩡히 가는 차를 세우지 않았겠지만 일단 차를 멈춰세우면 우리같은 서민들은 의례껏 5천원짜리 지폐를 면허증밑에 끼워 건네는 것을 상수(上手)로 여겼다. 요즘에는 상상을 못할 일이다. 교통관련 경찰 2~3년만에 집 장만 못하면 바보소리 들었다. 건축, 허가, 세무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그때가 좋았지, 한없이 좋았지, 그러나 이젠 꿈이야 ~~.
지나놓고 보면 너무나 당연했어야 했던 이런 제도적, 구조적 모순들이 걷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부족하고 마뜩치 못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지금 시대 교통, 은행 얼마나 신선하고 보기좋은가, 국민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본다. 이번 검찰개혁으로 시작되는 사법개혁은 그래서 대한민국 정치사의 큰획을 그은 것이다.
동토 러시아의 푸쉬킨이 7년의 유배생활중에, 닥쳐올 암울한 미래를 전혀 모르는 천진난만한 이웃의 16세 귀족소녀의 수첩에 적어 주어서 전해져 왔다고 하는 시, ‘삶’에서도 비슷한 시어(詩語)가 언뜻 보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전관예우, 돈벌 기회가 박탈되서 슬픈 것인가, 수사, 기소, 형집행, 영장청구 등 무소불위 전가의 보도(寶刀)가 없어져서 노하시는 것인가, 자업자득이요, 따지고 보면 윤석열 집권이 그 시기를 앞당기게 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 아래서 숨을 죽이고, 억울함에 몸서리쳤을 피해자가족들과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희생자들의 삶은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적어도 최소한 국민의 통제를 받는 사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검찰이여 굿바이.
푸쉬킨은 철없는 어린 소녀에게 타이르듯이 이렇게 독백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그리고 지난 것은 그리워 하느니라’
<
강창구 김대중재단 워싱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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