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자금’ 홈플러스, 회생 시험대
▶ 체불 임금 등 급한 불은 끄겠지만
▶ 납품중단·빈 매대에 정상화 불투명
▶ 선입금 요구로 자금 급속소진 우려
▶ “영업망 붕괴…골든타임 놓쳐” 지적
파산 직전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2,000억원의 긴급 자금(DIP금융)을 지원받는 것을 확정하고 회생절차를 이어갈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업 신용도가 급추락한 상황에서 물건을 팔 매대마저 텅텅 비어 있어 이번에 조달한 자금만으로는 현실적인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홈플러스 안팎에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회사는 대형마트 본체 매각을 재추진해 회생계획안 인가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증권·캐피탈 등 메리츠 3사는 이날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한 홈플러스 자금 지원안을 의결했다.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 증빙을 확보하고 20일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계획이다. 법원은 이 내용을 검토한 뒤 이달 3일 내렸던 기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경정)할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홈플러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현재 밀려 있는 임직원 급여부터 해결할 계획이다. 자금난이 심화한 회사는 지난달 전체 임금총액의 40%만 지급해 현재 180억~190억원가량이 체불된 상태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지급하는 전체 임직원의 한 달 급여는 300억원 초반대”라며 “지속적인 점포 축소와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 매각 등으로 현재 임직원 수는 약 7,000명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자금 수혈로 당장 임직원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파국은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현재 홈플러스 전국 매장에는 물건을 공급해 줄 식품·공산품 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매대가 대부분 비어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바닥을 친 탓에 대부분의 납품업체들은 거래 재개의 조건으로 “물건을 받으려면 대금을 먼저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악순환에 빠진 홈플러스는 이미 13일부터 전국 67개 매장의 문을 닫고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자금 지원안이 확정된 이날 이후 홈플러스 측은 협력업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영업 재개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밀려 있는 공과금을 납입하고 선입금 방식으로 물품 매입을 하려면 이번 2,000억원으로는 단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5~2026회계연도 홈플러스 매출원가를 점포당 월평균 상품 매입비로 단순 환산하면 약 19억5,000만~20억4,000만원에 이른다. 홈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해 회생계획안 가결의 법정 최종 시한인 9월 4일까지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약 50일간 전국 67개 점포 상품 매입비는 2,179억~2,280억원이다. 신규 조달하는 DIP 2,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여기에 홈플러스의 공익채권 규모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해 3월 말 3,328억 원에서 올해 5월 말 1조999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자체 유통망이 끊어진 상태에서 자금이 마르면 조만간 또다시 임금 체불과 매장 중단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정부 관계 부처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납품 업체들과의 거래를 중재해 주지 않는 한 자력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를 살릴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메리츠와 MBK가 서로 DIP금융 책임을 미루며 평행선을 이어오다 시간을 허비하며 그나마 가동 중이던 영업망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식물기업이 된 상태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에 강제로 숨만 붙여놓은 꼴이라는 지적도 크다.
이에 일각의 전문가들은 차라리 현재의 회생절차는 폐지하고 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홈플러스가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며 몸집을 대폭 줄여둔 상태인 만큼 현실적인 조건으로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재시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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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충희·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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