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밝은 마음으로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맞게되지만, 이즈막에는 늘 미안한 마음으로 맞는 기념일이 있다. 지구의 날(4월 22일)이나 환경의 날(6월 5일)이 그러하다. 인류와 뭇 생명의 집인 ‘지구별’의 각종 환경관련 지표들이 점점 나빠지는 가운데 기념일을 맞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은 심각해지고 자연재해는 늘어가고, 무분별한 개발과 전쟁으로 지구는 점점 파괴되고, 대량생산과 과소비로 쓰레기는 늘어가고, 자원은 남용되고 있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전지구적 환경문제를 바라보노라면,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돌보며 일상 속에서 실천해 오던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의 작은 실천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나 혼자 실천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하는 무용감(無用感)이나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 하나’의 작은 실천을 내려 놓을 수 없다. ‘나 하나’ 실천하는 그 ‘작음’ 속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하나’ 곧 나 한 사람의 의미있는 행동은 가볍지 않다. 나 한 사람의 참여가 주는 사회정치적 효용감(效用感)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자리가 각종 선거의 자리다. 한 사람의 표가 모여 당선인을 만들어 내고, 지역사회와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한다.
동북아의 고전이나 성경은 ‘하나’의 의미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도덕경』에 나오는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는 구절은 진리뿐 아니라 세상의 의미롭고 선한 일들 또한 ‘하나’에서 비롯함을 말한다.『중용』에는 ‘미미한 것이 쌓여 큰 드러남을 이룬다(積小成大)’는 말이 있다. 미미해 보이는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쌓여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가르침이다. 그런가하면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릴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라는(탁낫한) 말도 있다. 모두 하나와 작음이 지니고 있는 그러나 결코 ‘작지 않음. 하찮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하나, 한 사람의 의미와 가치를 무겁게 말씀하셨다. 어린이 ‘하나’도 귀히 여겨 잘 받아 주고,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도 없신여겨 실족케 해서는 안되다고 엄히 말씀하셨다.(마태18) 하나, 한 사람의 엄중함이다.
널리 알려진 ‘잃어버린 양 한 마리’ 비유로 “누가 양 한 마리를 잃었다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판에 두고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루가15:4)라는 말씀이 있다. 세상에서 ‘별 볼일 없는 자’(loser)요 죄인으로 낙인 찍힌 단 ‘한 사람’이라도 ‘없는 사람’ 취급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다. 하찮아 보이는 잃어버린 한 사람이 지닌 소중함 곧 한 생명에 내포된 전체성(全體性)에 대한 비유이다.
단지 ‘하나(one)이기에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하나는 단지 하나가 아니다. 하나 안에, 하나 속에, ‘작음’ 안에 거대한 힘이,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변혁력이, 지극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므로 의미있는 인생,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이 ‘하나’를 품어야 한다. 비록 기후위기 해결책이 난망해 보일지라도, 때로 무력감을 느낄지라도 ‘나 하나’의 참여, ‘나 하나’의 기후행동(Climate action)을 멈출 수 없다.
한 시인은 한 사람의 꽃 한 송이가, 온 산을 꽃으로 물들게 한다고 노래한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시인이 꼬집듯이, ‘나 하나’로는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냉소와 비관, 무력감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기도 한다. ‘나 하나’의 마음이란 들꽃 한 송이처럼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하나’는 힘이 있다. 진정한 힘은 ‘하나’ 곧 ‘나 하나’의 변화에서 나온다.
무섭고 거대하게 다가오는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힘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과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결코 작거나 하찮지 않다. 하나는 소중하며, 하나는 아름다우며, 힘과 생명이 있다. 우리가 나 하나의 ‘그 하나’를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작은 습관 하나 - 불필요한 전등 끄기, 텀블러 사용하기, 쓰레기 줄이기 등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작지만 아름답고 큰 힘이다. “지구를 위하여, 나는 오늘 작지만 어떤 ‘그 하나’(the one)를 실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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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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