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민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전기자극 형성·전달 과정 문제로 심장 리듬 변화
▶ 두근거림·흉통 반복… 어지럼증·호흡곤란 등 동반
▶ 심방세동 방치 땐 혈전 유발해 뇌졸중 위험 높아져
▶ 충분한 수면·절주·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 힘써야

[클립아트코리아]
가슴이 갑자기 빠르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어지럼증·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부정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심장은 전기 신호에 따라 규칙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온몸으로 보낸다. 그런데 전기 자극 형성이나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뛰고, 혹은 불규칙하게 뛰게 된다. 이처럼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통틀어 부정맥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빈맥, 서맥, 심방세동 등이 있으며 종류에 따라 실신이나 심부전, 뇌졸중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부정맥이라도 환자에 따라 증상과 위험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정맥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이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내려앉는 느낌, 맥박이 불규칙한 느낌이 들 수 있고 가슴 답답함, 흉통,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정맥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노화에 따른 심장 변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장 질환과 관련될 수 있으며 갑상선 질환, 당뇨병, 수면무호흡증도 영향을 준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일부 감기약이나 에너지 음료 등도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보조펌프 역할을 하는 심방이 여러 부위에서 무질서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다.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해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심방세동이 진단되면 맥박 조절뿐 아니라 혈전 예방 여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부정맥의 진단은 심전도 검사로 시작한다. 심전도는 부정맥을 포함해 다양한 심장의 전기 신호 이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검사하는 순간 나타나야 포착하기 유리하다. 증상이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에는 병원 검사 당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24시간 심전도나 웨어러블 패치형 심전도처럼 일정 기간 연속적으로 심장의 전기적 활동 상태를 기록하는 검사가 도움된다. 심장초음파나 운동부하 검사 등을 병행하면 심장 구조와 기능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 증상이 드물게 나타나지만 실신 위험이 있을 땐 몸 안에 작은 기기를 삽입해 장기간 심장 리듬을 확인하는 검사를 고려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부정맥의 종류를 구분하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는 부정맥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음주를 중단하고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과체중이라면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심장 박동을 조절하거나 혈전 생성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치료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 원인 질환 관리에 힘써야 한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불충분하면 시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전극도자절제술은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 안으로 넣은 뒤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 에너지 등으로 치료하는 시술이다. 반복되는 빈맥이나 일부 심방세동 환자에서 시행되며, 증상 개선과 재발 감소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도입된 펄스장 절제술은 고전압의 전기장을 이용해 병변 조직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 덕분에 최근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심장 박동이 지나치게 느린 서맥 환자에서는 심박동기 삽입술을 고려한다. 심박동기는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뛸 때 전기 자극을 보내 일정한 박동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다.
반대로 심실빈맥, 심실세동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빠른 부정맥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이식형 제세동기를 고려한다. 이식형 제세동기는 위험한 부정맥을 감지하면 전기 충격을 보내 정상 리듬 회복을 돕는다.
부정맥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맥박을 살피는 습관이 중요하다. 단순한 두근거림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종류에 따라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이나 목에서 맥박을 짚었을 때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거나 박자가 불규칙하게 느껴진다면 즉각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반복되는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이 있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충분한 수면, 절주, 금연,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다만 이미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운동 강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부정맥을 조기에 발견해 약물, 시술, 삽입형 기기 치료 등을 개개인의 상태에 맞게 선택하면 증상을 조절하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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