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환급·주식 시장’덕
▶ 지출 유지 위해 저축 줄여
▶ 필수 지출 위한 카드 사용↑
▶ 경제 체감 심리 크게 악화

고물가 속에서도 소비자 지출은 견조하지만, 일부 가구는 저축을 줄이고 크레딧카드 사용을 늘려 소비를 이어가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로이터]
소비자 지출이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저축 감소와 여름 휴가 계획 축소 등 가계에는 점차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 후 가솔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과 교통비 등 전반적인 생활비도 함께 상승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세금 환급금과 주식 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 효과로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저축 규모를 줄이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이터도 확인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여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가계 재정의 완충 장치인 저축이 약해지는 상황이다.
■ 고물가 속에도 지출 증가
미국 경제 성장의 약 3분의 2를 견인하는 소비자 지출은 4월 전월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보다 소폭 둔화된 수치이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소비 증가세는 고용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5월 레저 및 숙박·외식 업종에서 7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유통업계에서도 소비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 메이시스, 달러 제너럴, 파이브 빌로우 등 주요 할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수 주 전 월마트와 홈디포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보고한 강한 매출 증가 흐름을 이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이 같은 강한 소비 지표 뒤에는 우려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소비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경제 체감 심리는 크게 악화
소비자들의 경제 체감 심리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대학교의 소비자 심리지수에 따르면 5월 지표는 10%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소비자들이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을 줄이고 있는 점이 경제 악영향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 저축률은 4월 기준 2.6%로 하락했는데, 이는 약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대공황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저축 감소의 원인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다. 4월 물가 상승률은 3.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제가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해 왔고, 소비자들은 소비 유지를 위해 저축을 줄여왔지만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결국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 중산층 선별 지출·고득층 자산이 버팀목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특히 저소득 가구에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 가구는 상대적으로 더 견조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산층은 선별 지출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소비 습관을 조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소득층의 경우 주식 시장 상승이 인플레이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세금 환급 확대도 소비자 지출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연방국세청’(IRS)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평균 세금 환급액은 3,276달러로, 전년 대비 11% 이상 증가했다.
체이스 은행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최근 가솔린 비용 지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 소비(여가·선택적 지출)는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축 수준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은행 측은 밝혔다. 그러나 세금 환급 증가 효과는 정점을 지나 점차 둔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필수 지출 위한 카드 사용↑
소비자들의 크레딧카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전국신용상담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Credit Counseling)에 따르면 가계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한 ‘임시 자금’ 용도로 크레딧카드를 사용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크레딧카드 연체도 증가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크레딧카드 결제 후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5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일 이상 초기 연체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가계의 재정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신규 부실 확대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임을 시사한다.
■ ‘할인 사냥·푸드뱅크’ 수요 증가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할인 상품과 세일을 찾아다니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주 베이쇼어에 거주하는 소피아 델타(50세) 씨는 본인과 네 자녀를 위해 식료품을 구매할 때 여러 매장을 직접 방문하며 최저가를 찾는 방식으로 장을 보고 있다. 그녀는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도 늘리고 있으며, 식료품 비용을 크레딧카드로 결제한 뒤 상환하는 방식으로 가계부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식품 지원 기관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메인주 포틀랜드의 한 사회복지 기관에 따르면, 최근 개솔린 비용을 지원하는 개스 카드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기관에 따르면 일부 이용자들이 나중에 직장이나 기관으로부터 비용을 환급받더라도 당장 이동 비용이 부족해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네브래스카와 아이오와 서부 지역 93개 카운티를 지원하는 허트랜드 푸드뱅크 역시 식료품 지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푸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월별 식료품 지원 요청이 약 10% 증가했다. 그러나 식품 가격 상승으로 푸드뱅크 예산도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연방 정부의 지원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원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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