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런당 18~24센트
▶ 의회 승인 반드시 필요
▶ ‘실현 가능성·효과’ 논란
▶ 공화·민주 대체로 찬성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유류세 한시 중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치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시행 여부와 효과를 둘러싼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유류세’(Federal Gas Tax)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 승인이 필요한 이 조치가 실제 시행 여부와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70달러에서 107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갤런당 약 4달러50센트까지 치솟으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국제 원유 공급↓ → 미국 휘발유 값↑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선 이동을 차단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망에 큰 충격이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이 지역 물류 흐름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주요 산유국 중 하나로 다른 국가들보다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원유 가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해외 공급 차질 역시 미국 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유류세 갤런당 18~24센트
휘발유 가격에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각종 세금이 포함된다. 지역별 휘발유 가격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연방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 갤런당 18.3센트, 디젤 연료는 갤런당 24.3센트다. 여기에 두 연료 모두 갤런당 0.1센트의 ‘지하 저장탱크 누출’ 관련 수수료가 추가된다.
주정부 세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EIA에 따르면 전국 평균 기준 주정부 세금은 휘발유 갤런당 32.6센트, 디젤은 34.8센트 수준이다. 소비자가 내는 가격은 세금뿐 아니라 연료 공급 지역, 정유 시설 위치, 혼합 원료 종류 등에 따라서도 거의 매일 변동된다.
■ 정부, 고유가 잡기 총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연방 유류세를 일정 기간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연방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에서 원유 5,300만 배럴을 추가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 유가 안정화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총 1억7,2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IEA에 따르면 조지아, 유타, 켄터키, 인디애나 등 일부 주들은 유류세를 일시 중단하거나 인하하는 조치를 추진했다.
■ 의회 승인 필요…1934년 한 차례 통과
연방 유류세 중단 조치는 대통령 권한만으로는 시행할 수 없고, 적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 역사상 연방 유류세가 실제로 인하된 사례는 1934년 단 한 차례로, 당시 의회는 ‘금주법’(Prohibition) 종료 이후 유류세를 0.5센트 인하된 바 있다. 싱크탱크 ‘초당적 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에 따르면 연방 유류세를 5개월 동안 중단할 경우 약 170억 달러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자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3개월간 연방 유류세를 중단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관련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 실효 둘러싼 회의적 시각 많아
연방 유류세 중단안이 시행되려면 의회 승인 여부가 변수로, 실제로 시행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세금 인하 혜택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과 2022년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비슷한 방안이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석유회사만 이득을 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연방 유류세는 주유소 판매 단계가 아니라 정유시설이나 연료 저장 터미널, 혹은 미국으로 수입 시점에서 부과된다. 이 때문에 세금 인하분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세금 인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연방 유류세 중단이 교통 재정에 미칠 영향도 논란거리다. 초당적 정책센터는 연방 유류세가 교통 인프라 재원의 핵심 수입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금 징수가 중단될 경우 교통 예산에 상당한 공백이 생길 수 있으며, 결국 이를 다른 재원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화·민주 대체로 ‘찬성’
연방 유류세 중단 방안은 정치적 보여주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화당뿐 아니라 일부 민주당 의원들까지 공개 지지에 나서고 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 유류세 중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애나 폴리나 루나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 하원에서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 내부의 신중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과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이미 지난 3월 ‘휘발유 가격 안정화 법안’(Gas Prices Relief Act)을 발의해 10월 1일까지 연방 유류세를 한시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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