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을 마친 뒤 한 고객이 자신의 은퇴자산 내역을 보여주었다.
“401(k), IRA, 증권계좌까지 합치면 꽤 모았습니다. 이제 은퇴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은퇴준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자산의 총액이다. 얼마를 모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산을 꾸준히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시점부터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얼마를모았는가’가 아니라 ‘이 자산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젊을 때는 자산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월급을 받고, 저축하고, 투자하면서 가능한 한 자산을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목표는 달라진다. 더 이상 자산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그 자산이 평생 나를 위해 어떻게 일할지 설계해야한다. 그래서 은퇴설계에서는 자산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는다. 각각의 역할에 따라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첫 번째는 ‘성장자산’(Growth Assets)이다. 이 자산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야 하는 돈이다. 주식이나 ETF, 성장형 펀드와 같이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자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가상승을 이겨내고 미래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후에도 일정 부분의 성장자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는 ‘안전자산’(Safety Assets)이다.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생활의 기반을 지켜주는 자산이다.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채권, 원금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금융상품 등이 여기에 포함될수 있다.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자산이다.
세 번째가 바로 ‘소득자산’(Income Assets)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은퇴 후에는 매달 생활비가 필요하다. 전기요금도 내야하고, 식비도 필요하며, 자동차 보험료와 의료비도 계속 발생한다. 이러한 지출은 시장이 좋든 나쁘든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생활비를 꾸준히 만들어주는 소득자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연금의 역할이 시작된다.
연금은 성장자산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상품도 아니다. ‘생활비를 꾸준히 만들어 주는 소득자산’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설계된 금융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자산을 하나의 계좌 안에서 모두 해결하려고 한다. 시장이 좋으면 생활비를 꺼내쓰고, 시장이 나쁘면 기다리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은퇴생활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생활비는 매달 필요하고, 시장은 우리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은퇴설계는 투자보다 배분이 중요하다.
성장이 필요한 돈은 성장자산이 담당하고, 안전이 필요한 돈은 안전자산이 담당하며, 매달 필요한 생활비는 소득자산이 담당해야 한다. 각 자산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은퇴생활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한 쪽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만든다. 모든 자산을 성장형 투자에만 두면 시장의 변동성이 생활비까지 흔들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자산을 지나치게 안전한 곳에만 두면 긴 은퇴기간 동안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가 가장 좋은 자산이냐가 아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자산들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기둥하나만 튼튼하다고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개의 기둥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 집이 오래 유지된다. 은퇴자산도 마찬가지다. 성장, 안전 그리고 소득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 함께 서 있을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은퇴가 완성된다.
많은 사람들은 평생 자산을 모으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는 자산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부자는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한 은퇴자는 자산을 가장 잘 배분한 사람일 것이다.
문의 (703)20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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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김 Solomon Financial Solution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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