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영아 신작 소설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 구글 전자책 출간
▶ 가족의 사랑과 상처 속 한 여성의 삶 그려
▶ 대한민국 현대사 관통하는 회고록적 서사
▶ “삶을 견디게 한 것은 작고 다정한 온기”
▶ 10년 전 초고 다시 꺼내 완성한 감성 소설
비 오는 날 누군가 말없이 내어준 우산, 추운 날 주머니에서 꺼내 건넨 초콜릿 한 조각, 처음 생긴 우리 집의 열쇠, 정성껏 차려진 밥상과 따뜻한 매실차. 돌이켜보면 삶의 고비마다 우리를 견디게 한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이처럼 작고 다정한 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음악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손영아 본보 칼럼니스트의 신작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은 바로 그 ‘작은 온기’에 관한 소설이다. 사랑을 받으며 삶의 풍파를 견뎌낸 한 여성이 세월이 흐른 뒤 자신도 누군가를 품고 사랑을 건네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가족의 역사와 함께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한 여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이 있다. 어머니의 삶은 기구했지만 딸에게 건넨 사랑만큼은 한없이 따뜻했다. 남편의 사랑 역시 깊고 다정했지만 결혼과 함께 시작된 시집살이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형제자매와 동서 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얼굴로 주인공의 삶을 지나간다. 누군가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누군가는 말없이 울타리가 되어준다. 이 소설에서 가족은 언제나 아름답고 따뜻한 존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가장 든든한 품이 되는 동시에 때로는 벗어날 수 없어 견뎌야 하는 운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가 시선을 두는 곳은 상처 그 자체보다 그 상처를 견디게 한 사랑이다.
사랑 속에서 버텨온 주인공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이 받은 온기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늙은 어머니를 돌보며, 한때 미워했던 사람의 마지막 손까지 잡는다. 그렇다고 모든 잘못을 이해하거나 상처를 준 이들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은 아니다. 미움과 상처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사랑의 따뜻함을 알기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온기를 건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용서나 희생이라는 말만으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작가는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을 줄 수 있는 힘은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바라본다. 사랑을 받은 기억이 한 사람을 지탱하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품으면서 사랑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가족의 개인사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변화와 겹쳐진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가난한 하숙방과 달동네 우물가에서 시작된 삶의 공간은 작은 기와집으로, 다시 고층 아파트와 단풍나무가 있는 집으로 옮겨간다. 주거 환경과 생활 방식이 달라지고 가족의 모습도 변한다. 한 여성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가난과 산업화, 도시화와 경제성장을 거쳐 온 한국 사회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삶이 풍요로워져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소설은 말한다. 집의 크기도, 물질적 풍요도 아닌 누군가가 건넨 작은 배려와 사랑의 기억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0년 전 써두었던 초고에서 출발했다. 손영아 작가는 오십을 앞두고 언젠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이 생기면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소설을 쓰겠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왜 그때까지 기다리느냐”며 지금부터 쓰라고 권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습작을 시작했고, 완성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도 당시 쓴 10여 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초고를 완성한 뒤 10년 동안 묻혀 있었다. 작가가 다시 이 작품을 꺼낸 것은 환갑을 맞으면서였다. 아이들이 성장해 품을 떠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자신만 제자리에 남아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가만히 돌아보니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제 곁에는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저는 오랫동안 사랑과 온기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 깨달음은 1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다시 불러냈다. 작가는 이미 다른 두 작품을 집필하고 있었지만 오래전에 시작한 이 소설을 먼저 완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손영아 작가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 무대에 서기보다 글과 기획을 통해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길을 택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현재는 남가주를 중심으로 문화 칼럼을 쓰는 한편 젊은 한인 연주자들을 알리고 공연 무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갈래로 이어져 왔다. <마음의 기억… 흔적>을 시작으로 <마음의 기억> 시리즈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를 상상하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 사랑을 탐구한다. <마이 프렌드>에서는 바쁜 부모 곁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와 그 마음이 만들어낸 친구를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관계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이번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은 이러한 관심을 한 여성과 가족의 생애로 확장한 작품이다. 동화적 상상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딸, 부부와 자녀, 형제자매와 동서로 이어지는 가족의 사랑과 갈등을 회고록적 서사에 담았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따뜻함을 받았는가.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자신을 따뜻하게 해 준 사람과 순간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 온기가 다시 누군가에게로 흘러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구글 전자책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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