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지구적으로 크고 작은 지진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를 지구 환경 변화, 즉 글로벌 워밍으로 북극과 남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서 대륙판을 눌러왔던 하중이 재분배되고, 그 결과 지구 전체 대륙판의 균형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앞으로 지구의 판들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땅 밑의 질서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도 비슷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땅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이 혼란을 막연한 불안으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긴장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초당파적 합의가 있었다. 자유무역, 동맹주의는 공화당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대체로 유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는 것 자체가 정치적 승리로 여겨지는 제로섬 게임이 고착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친환경과 화석연료, 국제주의와 고립주의 사이를 핑퐁처럼 오가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 계획도 개인의 삶의 설계도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양당이 각자 유리한 선거구를 만드는 게리멘더링을 하게 되면서 정치인들은 전체 유권자보다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강성 지지층의 표를 더 의식한다. 그러다 보니 중도적 실용 노선을 걷는 정치인은 경선 문턱을 넘기 어렵고, 양극단의 목소리만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24시간 뉴스와 알고리즘 기반 소셜미디어가 시민들을 각자의 확증편향 속에 가둬버리면서, 이성적인 정책 논쟁보다 감정적 진영 논리가 앞서게 됐다.
이 정치적 균열 위로 팬데믹, 기후위기, 세계 경제 불안, 그리고 유럽과 중동의 전쟁 같은 거시적 복합 위기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의 천문학적 재정 투입은 기록적 인플레이션과 자산 격차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경제적 불안을 느낀 중산층과 노동계급은 기성 정치 질서에 등을 돌리며 예측 불가능한 포퓰리즘 정치의 토양이 됐다.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미국이 이제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제하면서 관세와 무역 규제를 정치적 무기로 남발하고, 기업들은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기후위기로 인한 허리케인과 산불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남기지만, 이를 해결할 국가 에너지 전략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 속에 표류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전쟁은 미국에게 ‘세계 경찰로 남을 것인가, 자국민 보호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동맹국들조차 미국의 약속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LA 폭동 몸으로 겪은 한인들에게 이런 미국의 혼란은 크게 우려스럽다. 이민자이자 소수계 중의 소수계로서, 사회적 혼란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크게 피해를 입어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 민감하게 미국의 불안정한 상황을 읽어내야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늘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두어야 한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준비다.
그러나 혼란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혼란이 가라앉았을 때, 새로운 기회는 미리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켜낸 이들에게 먼저 열린다. 준비 없이 혼란을 맞은 이들은 그 시기를 버텨내는 데 급급하지만, 미리 대비한 이들은 질서가 재편되는 그 순간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 사람이라도 더 유권자로 등록하고, 한 표라도 더 투표장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미국 사회가 연방제라는 제도적 유연성과 시민사회의 자정 능력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를 재조정해 온 저력이 있다면, 그 재조정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투표하는 시민들이다. 여기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우리의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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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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