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분기 임금 2.8% 상승 그쳐
▶ 물가 3.8%로 1%포인트 높아
▶ 일자리 증가 속도도 둔화세
▶ 가계 실질소득·구매력 악화
남가주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다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은 오르기는 했지만 생활비가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임금 상승률 둔화와 고용시장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남가주 근로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국 주요 대도시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 상승세를 보였던 남가주 노동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방 노동부의 고용비용지수(ECI)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LA·오렌지·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벤추라 등 남가주 5개 카운티의 민간부문 임금은 올해 2분기 연율 기준 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약 9년 만에 가장 낮은 임금 상승률이다. 또한 전국 15개 주요 대도시권 가운데서도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임금과 물가의 역전이다. 올해 2분기 남가주의 물가상승률은 3.8%에 달해 임금 상승률보다 1%포인트 높았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돈 것은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임금이 2.8% 상승했다는 것은 명목상으로는 근로자의 급여가 증가했다는 의미지만, 물가가 3.8% 올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 비교하면 근로자의 임금 상승폭보다 생활비 상승폭이 1%포인트 높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의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연봉이 6만 달러인 근로자의 임금이 2.8% 상승하면 연간 약 1,680달러가 늘어난다. 하지만 물가가 3.8% 상승한다면 단순한 물가효과만으로도 임금 인상분 상당 부분이 상쇄된다.
특히 식료품과 주거비, 자동차 관련 비용, 보험료, 전기·가스 및 개솔린 등 가계가 매달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의 가격이 오를 경우 체감되는 부담은 공식 물가상승률보다 더 클 수 있다.
남가주는 전국적으로도 주거비 부담이 높은 지역인 만큼 임금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다른 지역보다 가계가 느끼는 압박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임금 상승률 둔화는 남가주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2분기까지 8년 동안 남가주의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4.5%로, 조사 대상 15개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시에는 노동력 부족과 구인난, 서비스업 회복, 전문직 인력 수요 증가 등이 임금 상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근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임금을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이를 상당 부분 따라가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동안 남가주의 임금 상승률은 평균 3.1%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인 3.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과거 남가주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노동시장의 힘이 상당히 약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도 냉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 남가주의 일자리 증가 속도는 2010년 이후 평균 수준보다 무려 89%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늦추거나 기존 인력의 임금 인상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하고 있다.
임금과 고용은 소비와 직결된다. 미 경제에서 개인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단순히 가계의 생활수준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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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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