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궤도 오른 삼성 파운드리
▶ 4나노 파운드리 수율 2~3배 개선
▶ 평택캠퍼스 가동률 100%에 근접
▶ 루빈 GPU용 HBM4 공급 가속화
▶ 파운드리·메모리 전방위 협력 부각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인 ‘베라루빈’ 생태계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베라루빈의 AI 추론 가속기인 언어처리장치(LPX) ‘그록3’의 양산에 돌입했고, 메모리사업부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이 세계 최대 AI칩 기업인 엔비디아와 동맹을 전방위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반도체학회 ‘핫칩스 2026’에서 그록3 LPX가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그록3는 AI가 긴 문맥을 읽은 뒤 답변을 한 단어씩 생성하는 연산을 담당하는 추론용 가속기로, 경쟁 제품보다 AI 응답 생성 속도(구글 젬마4 기준)가 최대 4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칩을 실제로 생산하는 곳이 삼성 파운드리다. 그록3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5 라인의 4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3월 GTC 2026에서 “삼성이 그록3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그록3 양산을 공식화한 배경에는 삼성 파운드리의 가파른 수율 개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록3의 생산 수율은 4월과 비교해 최근 2~3배가량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는 안정적 양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80% 이상까지 올라선 것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저조했던 수율이 대폭 개선되면서 엔비디아가 그록3 양산을 공식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의 성숙도가 높아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같은 계열 공정에서 HBM4의 최하단 층에서 연산을 담당하는 ‘베이스 다이’를 대량 생산하며 공정 안정성을 높여왔다. 이에 따라 평택 4나노 라인은 최근 가동률 100%에 근접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간 적자를 이어온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반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록3 LPX의 첫 고객사는 네비우스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GPU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 클라우드’ 선두주자다. 네비우스는 연말부터 자사 추론 플랫폼인 ‘네비우스 토큰 팩토리’에 그록3 LPX를 탑재해 업계 최초로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업은 그록3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이달부터 출하하는 베라루빈 플랫폼에도 삼성의 첨단 메모리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루빈 GPU용 HBM4를 공급하고 있다. HBM은 GPU가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하는 핵심 메모리로 현재 6세대까지 개발됐다.
루빈 GPU의 생산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역할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키방크는 최근 루빈 GPU 출하량 전망치를 연간 175만 대에서 약 190만 대로 9% 상향했다.
루빈 GPU 공급이 증가할 수 있는 배경에는 메모리 기업의 HBM4 공급 확대가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HBM 공급량은 기가바이트(GB) 기준 지난해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베라 CPU용 저전력 D램 모듈 ‘SOCAMM2’와 낸드플래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까지 공급하며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개별 부품에서 AI 하드웨어 토털 솔루션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메모리에서 맺은 장기공급계약(LTA) 관계를 파운드리 부문까지 이어갈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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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진 기자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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