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 듀오가 들려주는 사랑과 감사, 그리고 희망의 여정
우리가 태어나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아무래도 어머니일 것이다. 그리고 말보다 먼저 배우는 것이 노래가 아닐까 싶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누군가에게 배운 기억도 없는데 누구나 아는 노래다.
“앞집 개야 짖지 마라, 뒷집 개야 짖지 마라”로 이어지는 가사를 다 알지는 못해도 첫 소절만큼은 자연스럽게 흥얼거린다. 우리는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며 노래를 배우고 말을 배우고, 품에 안겨 젖을 먹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되고,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구나.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언제 저렇게 늙으셨을까.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브람스의 인정을 받고 <슬라브 무곡>으로 성공을 거두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879년 빈 궁정오페라의 유명 테너 구스타프 발터가 유럽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오르던 드보르자크에게 자신을 위한 새로운 가곡을 의뢰했다. 이에 드보르작은 체코 시인 아돌프 헤이두크의 시 가운데 일곱 편을 골라 이듬해 연가곡 <집시의 노래>를 완성했다. 발터를 위해 헤이두크가 독일어로 번역한 시에 먼저 곡을 붙였고, 이후 체코어 가사로도 발표했다.
전곡을 연주해도 14분 남짓한 짧은 연가곡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죽음, 슬픔과 방랑, 노래와 자유가 흐른다. 사랑하고 슬퍼하고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노래와 자유를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중 네 번째 곡이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다. 제목처럼 어머니에게 노래를 배운 화자가 훗날 아이들에게 다시 노래를 가르치며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다. 다만 체코어 원문에서는 그 대상이 ‘집시 아이들’이지만, 널리 알려진 영어 가창용 번역에서는 ‘내 아이들’로 바뀌었다.
아득히 먼 옛날 어머니가 내게 노래를 가르쳐 주시던 때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네.
이제 나도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한 소절 한 소절 가르치노라면
소중한 기억 속에서 솟아난 눈물이 자꾸만 두 뺨을 적시네.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이 가곡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성악곡과 여러 기악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바이올린 소품으로 옮겨 즐겨 연주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지 않았다. 원곡의 짧고 소박한 선율을 살리면서 바이올린의 긴 호흡과 섬세한 음색으로 가사에 담긴 감정을 전한다. 그래서 가사를 부르지 않아도 한 편의 노래를 듣는 듯한 여운이 남는다.
헤이두크의 시는 드보르작을 만나 노래가 되었고, 크라이슬러의 손에서 다시 가사 없는 바이올린곡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 부모가 된 두 연주자의 삶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얻는다. 3분 남짓한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는 어머니에게 노래를 배우던 한 아이가 자라 다시 누군가에게 그 노래를 전하기까지의 긴 세월이 흐른다. 음악도 사랑도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가며 이어진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것은 노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말과 표정,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랑하는 방법까지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수많은 것을 배우고 받는다. 이 곡에서 노래는 어쩌면 어머니가 우리에게 건네준 그 모든 것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눈가에서 마르지 않았던 눈물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기쁨과 슬픔, 감사와 안타까움이 함께 흐르는 사랑. 아이였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그 눈물의 의미를,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는 순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오는 9월4일(금) 오후 8시, 시에라 마드레 플레이하우스에서 유&성 듀오의 공연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가 열린다. 예원학교 동문인 피아니스트 장성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은 USC에서 만나 듀오를 결성한 뒤 오랫동안 함께 무대에 서왔다. 이제 장성은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고, 김유은은 여덟 달 된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가 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사랑에서 출발해 기쁨과 성찰, 도전과 강인함, 경이와 감사를 거쳐 희망에 이르는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가 세상의 기쁨과 시련을 통과해 부모가 되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음악적 여정이다.
부모님이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마음으로, 부모님이나 자녀와 함께라면 서로의 손을 잡고 들어도 좋겠다. 혼자여도 괜찮다. 노래는 세대를 건너 전해지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은 누구의 마음에나 닿을 수 있으니까.
<
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