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건강·의학 리포트
▶ 80세 이상 ‘수퍼 무버’, 인지기능 저하 위험 48% 낮아
▶ 50대 수준 보행속도 유지… 해마 크기도 더 큰 것 확인
▶ 빠른 걸음이 건강한 뇌와 연관성 보여준 대규모 연구
▶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걷고 조금씩 속도 높여야”
나이가 들수록 ‘수퍼 무버(super mover)’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과학자들은 또래의 대부분 고령자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수퍼 무버’라고 정의하는데,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증상이 진행되는 속도가 대체로 더 느렸다.
지난 7월 신경학 학술지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기존의 수퍼 무버 연구를 발전시킨 것이다. 수퍼 무버는 80세 이상이지만 일상적인 보행 속도가 50대 사람들과 비슷한 남성과 여성을 말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수퍼 무버가 보행 속도가 느린 사람들보다 건강 상태가 더 좋고, 더 오래 살며, 노화 속도도 더 느리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약 5,000명의 고령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러한 이점을 뇌 건강으로까지 확장했다. 연구 결과 수퍼 무버의 뇌는 보행 속도가 느린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랫동안 더 잘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보행 속도와 건강을 연구해온 웨익포리스트 대학교 역학·예방학과 학과장 미셸 M. 밀키 교수는 “수퍼 무버가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생각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이가 들수록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동시에 수퍼 무버가 고령자의 뇌를 실제로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우리 모두가 보행 속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에 너무 늦거나 혹은 너무 이른 시기가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던진다.
■느린 걸음과 저하되는 뇌 건강
수십 년 전 과학자들은 고령자의 느리거나 불안정한 걸음걸이가 건강 악화, 짧은 수명, 치매와 불균형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이자 뉴욕 스토니 브룩 대학교 르네상스 의과대학 신경과 학과장인 조 버게스 교수는 “비정상적인 보행과 높은 인지장애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20년 이상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보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눈에 띄는 인지 기능 저하가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미래의 인지 문제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버게스 교수는 보행 장애의 반대 현상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느리게 걷는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면, 빠르게 걷는 고령자는 세월이 지나도 사고력이 명료하게 유지될까?
그와 연구진은 여러 국제 고령자 건강 연구와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80세 이상 참가자 약 5,000명의 자료를 수집했다. 이들은 모두 인지 기능 검사와 보행 속도 검사를 받았으며, 일부는 뇌 영상 검사도 시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보행 속도에 따라 분류한 뒤, 평균보다 1.5 표준편차 이상 빠르게 걷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이들은 전체 참가자의 상위 5~8%에 해당했으며, 대부분 자신보다 30~40세 젊은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이들이 바로 ‘수퍼 무버’였다.
■수퍼 무버의 뇌는 다르다
연구진은 모든 참가자의 보행 속도와 인지 기능을 분석하고, 뇌 영상도 확인해 수퍼 무버의 뇌가 다른 사람들과 구조적으로 다른지 살펴봤다. 결과는 분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퍼 무버가 연구에 참여한 뒤 약 5년 동안 인지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보행 속도가 느린 사람들보다 48% 이상 낮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나이와 성별, 일부 생활습관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설령 수퍼 무버에게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는 대체로 더 느렸다.
또한 이들의 뇌는 구조적으로도 차이를 보였다. 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인 해마의 부피가 보행 속도가 느린 사람들보다 더 컸다. 버게스 교수는 이러한 결과가 빠른 보행이 고령자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생활에서 걷는 행위는 여러 가지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과제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뇌는 운동 조절, 길 찾기, 울퉁불퉁한 지면, 사람들로 붐비는 환경, 차량 통행 등 다양한 정보와 지시를 매우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퍼 무버는 나이가 들면서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하나의 흥미로운 퍼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근육은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생화학 물질을 분비한다고 버게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물질은 신경세포와 다른 뇌세포의 건강과 기능을 향상시키는 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의 한계
다만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의 많은 요소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다. 수퍼 무버들은 질병이 거의 없고, 영양 상태가 좋으며, 유전적으로 유리하거나, 소득 수준이 높고, 사회적 지원이 풍부한 사람들일 수도 있고, 또는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한 뇌 변화의 주된 원인이 빠른 보행이 아니라 이러한 생활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일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뇌가 더 건강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유난히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으며, 인과관계는 반대일 수도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수퍼 무버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시기가 중요한지도 알려주지 못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노화 과정에서 보행 속도와 건강을 연구해온 카롤린스카 연구소 역학자 알렉산드라 벤베리 박사는 “수퍼 무버들은 젊었을 때부터 신체 활동을 더 많이 해온 이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연구만으로는 80대에 들어서 수퍼 무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혹은 실제로 가능한지, 아니면 훨씬 더 젊었을 때부터 빠르게 걷기 시작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의 보행 속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그럼에도 이러한 한계와 관계없이 수퍼 무버 연구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버게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나이가 몇 살이든 활동적으로 지내라”고 조언한다. 현재 61세인 그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하고 있으며, 40세가 되었을 때부터 이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보행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보행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확인하고, 연령별 평균 보행 속도와도 비교해볼 수 있다. 버게스 교수는 “걷기는 운동을 시작하기에 가장 쉬운 출발점”이라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신체 능력에 맞는 범위 안에서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시작하되, 평소 걷기가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조금 더 자신을 밀어붙여 보라”고 그는 조언했다. 걸음 속도를 조금 더 높이고, 지난주보다 조금 더 빠르게 걸어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수퍼 무버가 되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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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chen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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