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 넓히는 대한항공
▶ 치공구 제작 케이피항공 36년 동행
▶ 항공기 부품기술·노하우 맞춤교육
▶ 베트남 다낭에 해외 생산기지 지원
▶ 우주·방산 사업으로 협력분야 확장
▶ 대한항공과 동일 수준 기술력 이식
최근 방문한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 보잉의 B737 날개 끝단에서 바람 저항을 줄여주는 부품인 ‘윙렛’ 조립 라인에 들어서자 베트남 국적의 작업자 10여 명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 옆에는 한국인 직원이 1대1로 붙어 윙렛을 조립하는 기술과 품질 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었다.
올해 초부터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베트남 출신 작업자들은 대한항공(003490)이 아닌 협력사 케이피항공산업(288180) 소속의 교육생이다.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기술을 습득한 이들은 다시 베트남 다낭으로 돌아가 케이피항공산업의 공장에서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대한항공 협력사 450여 곳에서 임직원 3500여 명이 베트남 교육생들처럼 기술 교육 및 훈련을 받았다.
교육생들은 대한항공과 협력사들 간 상생의 상징이다. 베트남 교육생들이 돌아갈 다낭 사업장은 케이피항공산업이 출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구축한 해외 거점이다. 대한항공은 케이피항공산업에 초기 생산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선수금 50억 원을 지원해 다낭 공장 가동을 뒷받침했다. 기술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공정과 검사 체계를 구축하며 양산 품질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36년 전 대한항공에 치공구를 납품하던 작은 협력 회사였던 케이피항공산업은 이제 글로벌 항공우주 시장에서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한항공과 협력하며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미국 보잉에 직접 부품을 수출할 뿐 아니라 베트남에 공장을 건설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5월에는 스팩 합병 형태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향후 성장 잠재력도 인정받았다.
케이피항공산업의 출발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신인 한국정밀기계는 항공기 치공구를 제작하는 사업을 맡았다. 치공구는 항공기 부품의 치수를 정확하게 재는 것을 돕는 부품이다. 케이피항공산업은 당시 항공기 부품 산업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국내에서 대한항공 협력사로 등록돼 항공기 부품 제작에 필요한 치공구를 공급하며 실적을 쌓아나갔다.
수년 간 축적된 기술은 케이피항공산업이 항공기 부품 가공, 구조물 조립 사업으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케이피항공산업은 1996년 항공기 부품 사업, 2001년 항공기 구조물 조립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특히 항공기 부품 조립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 견줄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미국 보잉과 직수출 계약을 맺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협력사를 넘어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와 직접 거래하며 글로벌 항공산업 공급망의 일부로 편입한 것이다.
설립 초기 매출 1억 원, 직원 10여 명에 그쳤던 케이피항공산업은 지난해 매출 539억 원, 임직원 420여 명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대한항공은 협력사인 케이피항공산업에 단순히 일감을 맡기는 게 아니라 품질 관리, 생산 기술, 교육 훈련 등 항공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과 역량을 육성했다. 케이피항공산업이 다낭 공장을 준공할 때도 인력 교육과 공정 안정화를 지원했고 현지 품질 검사 인력 훈련에도 도움을 줬다.
대한항공과의 협력은 항공을 넘어 우주·방산 사업으로 이어졌다. 양 사는 2005년 대한민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개발에 함께 참여해 발사체 제작 기술을 축적했다. 이후 케이피항공산업은 누리호 핵심 부품과 특수 치공구를 독자 제작하며 국내 우주항공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방산 분야에서도 국내 최초의 전자전기 국산화 프로젝트에 LIG넥스원·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고 K방산의 스테디셀러인 천궁-Ⅱ에도 고체연료 추진기관 제작에 필수인 금형 설계 및 제작 기술을 토대로 기여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협력사 교육 지원이 쉽지 않자 대한항공은 팬데믹 종료 직후인 2024년 944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협력사 직원 4995명에 기술 교육 및 훈련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협력사 및 사내 도급업체가 자사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의 기능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항공기 부품 생산부터 군용기 정비, 위험성평가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윤승욱 케이피항공산업 대표이사는 “대한항공은 우수 협력사들이 글로벌 톱 수준의 부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사업 초기부터 함께하며 지원해준다”며 “보잉 직수출 당시 대한항공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도 자문과 조언을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협력사들과의 상생 경영 확대는 대한항공의 공급망을 촘촘히 강화한 것도 사실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년 넘게 함께한 부품 조립 협력사가 갑자기 사업을 중단했을 때도 케이피항공 같은 핵심 협력사가 관련 사업을 넘겨받아 납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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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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