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수뇌부 대폭 교체
▶ 제미나이 설계자 제프 딘 빈자리 알파고 아버지 허사비스가 채워
▶ 딥마인드로 통합했지만 지휘 혼선
▶ 실망한 핵심인력 경쟁사로 줄이탈
구글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 개발을 총괄했던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가 구글 AI 개발의 ‘요체’인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
제미나이의 근간을 설계한 제프 딘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과학자는 27년간 몸담았던 구글을 떠났다. 앤트로픽·오픈AI와의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잇단 인력 이탈까지 겪고 있는 구글은 본사 중심으로 의사 결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나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5일(현지 시간) 허사비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 딥마인드 의장 겸 알파벳 수석과학자를 맡는다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허사비스와 범용인공지능(AGI) 미래를 오랫동안 논의해왔다며 이번 인사는 AGI와 과학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허사비스는 “평생을 AGI 개발에 헌신해왔으며 그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느낀다”며 “큰 그림에 집중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앞으로의 방향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인사 이동이 구글의 30번째 직원으로 ‘전설’로 꼽히는 딘이 퇴사하면서 허사비스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형태라는 것이다. 딘은 구글 검색의 ‘심장’인 초대형 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2011년에는 딥러닝 연구 산실인 ‘구글 브레인’을 세우기도 한 인물이다.
현재 구글의 핵심 AI 서비스인 제미나이 프로젝트의 공동 기술총괄로, 제미나이의 아키텍처(구조)와 엔지니어링 구현을 이끌었다. 특히 딘은 산제이 게마왓, 오리올 비냘스, 쿽 레 등 구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퇴사를 결정했다. 브라이언 멀베리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에 “구글의 인재 풀은 두텁지만 네 사람의 공백은 한동안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구글에서 AI 핵심 인력이 연쇄 이탈하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앞서 올해 6월에는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트랜스포머 논문 공저자 노엄 샤지어가 오픈AI로 이직했다. 알파폴드 연구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존 점퍼는 앤트로픽으로 회사를 옮겼다.
로이터에 따르면 딘과 샤지어 등은 제미나이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지난해 11월 공개된 ‘제미나이 3’ 역시 이들이 개발을 이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미나이 3가 앤트로픽·오픈AI와의 격차를 좁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이런 인력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구글은 올 6월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최신모델 ‘제미나이 3.5 프로’를 아직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5월 앤트로픽이 ‘미토스(페이블5)’, 오픈AI가 ‘챗GPT 5.6’을 속속 출시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글이 AI 리더십 개편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허사비스가 이끄는 딥마인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 있던 구글 브레인이 통합됐지만 현실에서는 유기적이지 못했다. 통합 후에도 런던과 마운틴뷰에 있는 개발자들이 따로 활동하면서 의사 결정과 보고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구조는 구글이 앤트로픽과 오픈AI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구글 딥마인드 CEO 자리는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채운다. 그러나 카부쿠오을루는 CEO가 아닌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며 모든 사안으로 피차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의 AI 리더십 중앙 집중화 시도는 의사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인재들이 창업과 경쟁사 이직을 위해 떠나가는 문제를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부쿠오를루는 튀르키예 출신 과학자로 뉴욕대 박사 과정 때 AI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의 지도를 받았다. 딥마인드 첫 입사 직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이제 구글의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4’ 개발을 주도한다.
구글이 올해 AI에 2,0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마인드는 알파폴드팀까지 해체하며 AI 개발에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카부쿠오를루 선임은) 제미나이가 앞으로 보다 제품 중심 전략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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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창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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