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발생하기 3개월 전, 전직 장관급 인사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워싱턴 DC 인근에 모여 생물학 무기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워게임을 실시했다. 이들이 가정한 무기는 천연두 병원체였다.
이 훈련은 시베리아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러시아 과학자가 알카에다에 천연두 바이러스를 판매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했다. ‘다크 윈터’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 시뮬레이션은 약 12일의 잠복기를 가진 공기 전파 병원체가 애틀랜타, 오클라호마시티, 필라델피아에서 동시에 살포되는 것으로 시작됐다.
20세기에 전 세계에서 약 3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두는 1980년까지 박멸이 선언됐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백신 비축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가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감염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고 치명률은 30%에 달했으며, 전국의 의료체계는 붕괴되고 폭력적인 사회 혼란이 촉발됐다.
애니 제이컵슨은 지난 25년간 과학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의 생물학 전쟁은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는 치명률이 100%에 이르는 병원체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이컵슨의 전작인 ‘핵전쟁: 하나의 시나리오’보다 더 충격적인 최근의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신작 ‘생물학 전쟁: 하나의 시나리오’다.
기자이자 역사학자인 제이컵슨은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축복을 가져올 수 있는 동시에 참사를 초래할 가능성도 품고 있는 가상의 재난을 전문적으로 다뤄왔다. 그 핵심에는 재조합 DNA 기술, 즉 유전자 공학이 있다.
이 기술은 이른바 ‘기능 획득’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수행됐으며, 그곳의 연구소 유출이 코로나19를 세상에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기능 획득 연구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더 빠르게 전파되고, 더 쉽게 감염되며, 면역을 회피하고, 환경 속에서 더 오래 생존하는 등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연구다.
이러한 연구는 생물학적 사고나 공격에 대비할 방어책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제이컵슨은 자신이 인터뷰한 관련 전문가들이 이 연구는 “불법 생물무기 개발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그녀는 기능 획득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소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늘어난 것은 “미국이 주도한 9·11 이후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자들이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인 톰 리지와 당시 연방상원의원이었던 조 리버먼이 2018년에 남긴 다음의 경고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국가에 대한 가장 큰 위협 가운데 일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들로부터 온다.”
제이컵슨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시베리아의 러시아 연구소에서 병원체가 유출되는 상황을 상정한다. 그 병원체는 사람 간 전염력이 극도로 높아지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또한 감염자에게 흑사병이 원래 유발하는 무기력함이 아니라 짧은 행복감과 도취감을 느끼게 하도록 설계돼 있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사람들과 지나치게 활발하게 어울리도록 만든다.
미국 전문가들에 대한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제이컵슨이 상상한 생물학 무기는 살아 있는 탄약이다. 그것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며, 눈에도 보이지 않고, 공기를 통해 퍼지며, 스스로 증식하는 질병 유발 생명체를 운반한다. 제이컵슨은 “흑사병 세균 4만 개가 핀 끝 하나 위에 나란히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단 1,000개만 한 명의 해군 병사를 감염시켜도, 불과 며칠 안에 만재배수량 10만 톤, 승조원 4,500명을 태운 항공모함 한 척을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컵슨이 상정한 러시아 연구소 유출 사고는 곧 소수의 관광객과 출장객 등을 감염시킨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현대 팬데믹 확산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항공여행을 이용한다. 그들은 예를 들어 하루 이용객이 각각 17만 명과 20만 명에 달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달라스-포트워스 국제공항을 통해 세계 각지로 흩어진다.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물과 식량, 의약품 부족은 공황 상태를 초래한다. 제이컵슨은 “다른 어떤 것도 설명이 되지 않을 때 음모론은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썼다. 설명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대중은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각종 설명, 즉 음모론의 소문에 쉽게 빠져든다. 제이컵슨은 기능 획득 연구의 산물 가운데 어떤 것은 “21세기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제이컵슨은 14세기 팬데믹이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만약 인류의 정치적 성숙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수준에 걸맞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세상을 둘러보라고 말한다.
생물학 전쟁이 초래하는 문화적·사회적 역학은 너무나 디스토피아적이며, 표적을 한정하거나 통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국가 행위자도 이를 감행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광신주의가 넘쳐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고나 일탈한 과학자가 유전적으로 조작된 악마 같은 병원체를 종교적 광신도들의 손에 넘겨주는 상황은 섬뜩할 정도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들은 죄인들을 지구에서 쓸어내 신을 기쁘게 하고 인류의 역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미국인 가운데 이런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을 단속적으로라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생물학 무기에 관한 정보는 당연하게도 철저한 비밀 속에 감춰져 있다. 또한 미국 유권자들의 선거 선택은 생물학 무기의 무기화가 가져올 끔찍한 도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이컵슨이 던지는 진지함에 대한 촉구는 진보 진영이 인기 없는 소수 집단인 부유층을 경계하라고 외치고, 보수 진영이 또 다른 인기 없는 소수 집단인 진보 세력을 경계하라고 외치는 정치의 계절에 등장했다.
제이컵슨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되돌릴 수 없는, 인류 멸종 수준의 사건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때때로 매우 중대한 문제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표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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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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