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
▶ 미국 ‘차별 규제’ 공세 속 오해 해소·통상 리스크 관리 나설 듯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5월8일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임석해 서명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한다. 최근 한미 관계의 최대 갈등 요인으로 부각된 '쿠팡 사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19일(한국시간)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장관은 오는 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주 방미길에 오른다. 이번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으로, 양국의 조선 산업 협력 강화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방미가 조선 협력이라는 공식 어젠다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쿠팡 이슈가 최근 한미 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김 장관도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 측의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통상 마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미 설득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쿠팡 이슈는 최근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대책 논의를 위해 이례적으로 귀국할 만큼 현재 한미 관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번 사태는 작년 11월 쿠팡에서 3천756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대응해 왔으나 쿠팡이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라는 점과 얽히면서 사태는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가는 양상이다.
양국 간 갈등은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일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2일 백악관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 대우했다'는 취지의 보고서와 입장을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 측은 쿠팡을 자국 기업으로 간주하며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와 대응을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이자 차별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쿠팡에 대한 조사가 차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설명해왔다. 하지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양측의 시각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 자체보다 초기 대응 과정이 미국의 불만을 키웠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국회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이 생중계된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허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똑같이 겪는 평범한 일이라고 항변할지 몰라도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모욕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이 쿠팡 문제를 향후 통상 보복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허 교수는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등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미국이 관세 외에 다른 방식의 보호무역 수단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근거를 찾기 위해 분명히 이 쿠팡 이슈를 활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합의로 한국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15%로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평균 15%를 유지하더라도 우리가 민감해하는 반도체 등 아킬레스건 품목에 20∼30%의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상당국은 쿠팡 이슈가 통상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통상당국이 전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이 사안을 통상 이슈처럼 보이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미국 내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되는 만큼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가 협의해 대응 메시지를 조율하고 있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입장을 미국 측에 명확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지연과 쿠팡 사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대미 투자의 경우 국내 법적 절차와 제도적 제약에 따라 미측과 구체적이고 치밀한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으로 쿠팡 이슈와는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김정관 장관 방미를 포함한 다양한 아웃리치(대외 접촉) 기회를 통해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국내법적 정당성만 강조하기보다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협조적인 우방국인지를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면 쿠팡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국가 주권과 연관된 문제라 정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며 "그렇다면 미국이 명분을 확보하면서 갈등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해주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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