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하는 만큼은 못 준다” 3월 통보
▶ 전력·용수·토지 공급 확대 한계
▶ 스페이스X서 용량 빌려도 역부족
▶ 미이행 수주 4,600억달러로 늘어
구글이 주요 고객이자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가 요구한 만큼 인공지능(AI) 컴퓨팅 사용량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칩·인프라 공급이 AI 개발 수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AI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과 메타조차 인프라 병목에 막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운영사)들이 인프라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지만 단기간에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장기 침체의 발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올해 3월 메타에 원하는 만큼의 ‘제미나이’ 용량을 제공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제미나이는 구글이 개발한 AI 모델이다.
메타는 자체 AI 모델인 ‘라마’를 보유했지만 성능이 더 우수한 제미나이를 사용해왔다.
그동안 AI 병목은 상대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 같은 빅테크에서는 한 다리 건너 현상으로 여겨졌다. 엔비디아·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은 맞춤형 칩(ASIC),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요 AI 칩들이 하이퍼스케일러와 초대형 AI 스타트업들에 우선 할당돼왔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칩 개발사와 긴밀하게 얽힌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컴퓨팅 용량을 선점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조차 AI 병목에 시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FT는 “칩·데이터센터·전력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최대 기술기업들조차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4월 1분기(1~3월)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지만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backlog)이 4,60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2배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처리한 용량의 23배에 달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은 이를 메우기 위해 스페이스X로부터 월 9억2,000만 달러 규모의 컴퓨팅 용량 임대 계약을 체결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에 의존해온 메타는 더욱 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가 올해 4월 초 AI 모델 ‘뮤즈 스파크’를 출시하면서 개발자용 도구도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이 때문에 제미나이에 의존했는데 그마저도 컴퓨팅 확보 실패로 사업 자체가 흔들릴 위기다. FT는 메타 관계자를 인용해 “구글 제한 조치와 AI 비용 효율화 때문에 직원들에게 AI 사용 단위인 토큰을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긴 호흡으로 보면 컴퓨팅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 경쟁이 수익성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날 연례 보고서에서 AI 낙관론이 장기적인 투자 침체로 이어져 금융시장을 흔들고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1830년대 운하 확장, 1840년대 영국 철도 건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등을 언급하며 이 당시 과도한 자본을 유치해 후폭풍을 낳았는데 AI 투자 열풍은 이보다 심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운하 확장기에는 미국의 설비투자가 5년에 걸쳐 4.1배 늘었고 철도 건설 시기에는 투자가 4년간 2.7배 증가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등장이 촉발한 닷컴 호황 때의 관련 투자는 5년간 1.9배로 확대됐다. 이들 모두 현재 관점에서 투자 광풍으로 평가되지만 ‘3년간 4.5배’를 투자하고도 더 많은 투자를 예고한 지금의 AI 러시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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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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