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와 무관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호주 농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도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해 기저귀까지 착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지난 4일(현지시간)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 코너스(Four Corners)’가 8개월간 농장과 노동자 숙소를 취재하고 임금 자료와 정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위해 호주 농장에서 일한 한 이주노동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도 하루 20호주달러(약 2만원)만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을 다녀올 휴식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몇몇 노동자들은 기저귀까지 준비했다고 전했다.
호주 원예업의 법정 최저 시급은 지난 7월 1일부터 전일제·시간제 노동자 25.74호주달러(약 2만5700원), 임시직 노동자 32.18호주달러(약 3만2200원)다. 다만 ABC는 급여명세서를 구하지 못해 노동자들이 주장한 실제 임금은 별도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증언을 한 진 리씨는 뉴사우스웨일스주 코프스하버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하며 인력공급업체로부터 매주 숙박비 150호주달러와 하루 교통비 10호주달러를 공제당했다고 주장했다. 바퀴벌레가 돌아다니고 문·창문·에어컨도 고장 난 숙소에 18명이 함께 살았다고도 전했다.
ABC가 해당 인력공급업체인 ECW 파밍을 추적한 결과 등록 주소지에는 배낭여행자 숙소가 있었다. 그러나 숙소 측은 해당 업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문서를 보면 호주 공정근로옴부즈만은 노동자 제보를 받아 2024년 조사에 착수했지만 실제 운영자를 특정하지 못해 지난해 5월 조사를 마무리했다.
다른 농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확인됐다. 파푸아뉴기니 출신 게르숌 아이작은 하루 최대 12시간 동안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도 시급 7호주달러(약 7000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온이 40도까지 치솟는 날에도 작업은 계속됐고, 아프거나 다치면 수입이 끊겼다고 그는 말했다.
호주 공정근로옴부즈만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노동법 위반 위험이 높은 지역의 사업장 512곳을 점검한 결과 지역별 법 위반 비율은 최대 83%에 달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체불임금 38만4168호주달러를 노동자 464명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이 수치는 위반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집중 점검 결과로, 호주 농장 전체의 위반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농가들은 수확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보다 인력공급업체를 통해 임금·숙소·교통까지 맡기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태평양·호주 노동이동제도(PALM) 참가 노동자들은 비자 문제로 고용주를 쉽게 바꿀 수 없어 부당 대우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코케인 뉴사우스웨일스주 반노예제위원은 일부 사례가 강제노동이나 채무노예 등 현대판 노예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법원의 판단을 거친 내용은 아니다.
호주 정부는 인력공급업체 허가제 도입과 행동규범 마련을 검토하는 동시에 공급망 내 현대판 노예제 대응을 강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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