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중국산 무선 공유기 약 10만대에서 외부 원격 조작이 가능한 이른바 ‘백도어’가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유기가 약 35초마다 중국 내 특정 도메인과 통신하고 외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구조로 파악되면서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 35초마다 중국 도메인 접속…전 세계 최소 10만대
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벌른체크는 지난 5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선전즈보퉁전자(Zbtlink)가 공개한 공유기 펌웨어 21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외부 원격 관리가 가능한 기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벌른체크는 이 구조를 ‘엔드리스도어스(ENDLESSDOORS·끝없는 문)’라고 명명했다. 공유기를 켜면 해당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해 약 35초마다 특정 인터넷주소(IP)와 중국 도메인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특히 명령을 보내는 상대방을 확인하는 인증 절차가 없어 외부 서버가 보낸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자가 해당 서버를 장악할 경우 공유기를 원격으로 탈취하고,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로 공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제이컵 베인스 벌른체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세계에 최소 10만대의 해당 공유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용자 대부분은 이러한 외부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기능은 Zbtlink와 ‘Wiflyer(와이플라이어)’ 브랜드 제품에서 확인됐다. 다른 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에도 같은 기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벌른체크는 이번 문제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니라 제조 단계에서 제품에 탑재된 기능으로 판단했다. 이에 제조사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으며, 수정 펌웨어를 기다리기보다 해당 공유기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하고 침해 흔적을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 제조사 “AS 위한 기능”…실제 악용 증거는 없어
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Zbtlink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문제가 된 펌웨어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회사 측은 원격 관리 기능이 고객의 요청과 승인을 받아 기기 장애나 설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애프터서비스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불법 접근에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해소한 펌웨어 업데이트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해당 기능이 실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됐거나 중국 정부 등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벌른체크는 이미 전 세계에 설치된 장비들이 여전히 외부 장악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로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둘러싼 미국의 안보 우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3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 밖에서 생산된 가정용 공유기 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 2월에는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TP-Link 제품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의 사이버 공격에 이용됐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제소했으며, TP-Link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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