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권력 막강했던 경찰, 박종철 열사 사건 등 거치며 권한 축소
▶ 경찰 견제 위해 권한 커졌던 검찰, 이젠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사라지나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 소속 김승원·김한규·박상혁·이해식 의원이 9일(한국시간) 국회 의안과에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6.7.9 [연합뉴스]
여당이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발의하면서 해방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또 한 번 분기점을 맞게 됐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무소불위의 경찰을 견제하고자 각종 권한을 부여받았던 검찰.
검찰이 또 다른 '거대 권력'으로 자리 잡고, 수사권 남용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다시 그 권한을 축소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지금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과 일차적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된다.
다만 최근 광주 여고생 살인범인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증거 인멸 의혹이 대두되면서 13만 경찰에 과거 검찰만큼 큰 권한을 맡겨도 될지, 어떻게 견제와 통제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되도록 할지 우려가 커진 상태다.
◇ 해방 전후 무소불위의 경찰…견제 세력으로 검찰 대두
12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출발점은 해방 이후 형사사법 체계가 자리 잡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경찰은 '조선형사령'에 따라 영장 없이 10일(최초 14일이었다가 단축)간 구속하거나 '범죄즉결례'에 따라 '경미한 범죄'에는 범죄 즉결권(경찰이 피고인의 진술을 듣고 형을 선고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당시 경찰은 수사는 물론 기소와 재판, 형 집행까지 모두 가능한 거대 권력이었다.
이후 출범한 이승만 정부에서도 경찰은 정권과 유착해 고문과 무차별 인신구속 등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경찰이 무고한 현직 검사를 반란군으로 몰아 총살한 '박찬길 사건'은 당시 경찰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경찰 권력이 막강했던 만큼, 시대 화두는 '검찰 개혁'이 아닌 '경찰 개혁'이었다.
이승만 정부 이후 출범한 제2공화국은 1960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경찰 중립을 명문화했다.
1961년 형소법 개정과 1962년 개헌을 통해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등 제도적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전두환 정부였던 1987년에는 경찰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물고문으로 박 열사를 숨지게 한 경찰은 수뇌부까지 합세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검사의 지휘로 부검이 이뤄지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당시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던 경찰은 사건 이후 한동안 수사권 얘기를 꺼낼 수 없게 됐다.
◇ 굵직한 수사로 존재감 키운 검찰…수사권 관련 '검·경 갈등' 본격화
경찰이 '과거 영광'을 잃고 주춤하는 동안 검찰은 연이어 굵직한 수사를 해내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1990년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과 동화은행장 비자금 사건, 슬롯머신 비리 사건, 덕산그룹 부도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잇달아 수사했다.
1995년에는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고, 1997년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그러자 이 무렵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시대적 요구로 떠올랐다.
1997년 '자치경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비롯한 다양한 개선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검찰과 경찰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갈등만 격화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약 2년 만에 논의가 중단됐다.
뒤이어 출범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는 이어졌지만,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장기간 교착 상태가 지속됐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검찰 개혁 요구가 거세졌고, 대검 중수부 폐지 등 변화가 있었지만 결정적 수사권 조정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 이명박 정부 시절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수사구조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文은 '검수완박'·尹은 '검수원복'…이재명 정부서는 보완수사권 폐지로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진전을 보인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문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이자 박연차 게이트 당시 변호인이었다.
당시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을 추진했다.
2020년에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과 시행령 정비를 통해 검사의 일차적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분야 범죄로 한정했다.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권한 분산도 이뤄졌다.
2022년에는 추가 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또 한 번 축소했다.
그러나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다시 확대했다.
경찰 수사 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찰이 보완 수사·재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늘리는 방향의 시행령 개정도 추진됐다.
잠시 방향이 바뀌는 듯싶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 대통령 당선 등을 거치면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당은 지난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기존 검찰의 권한을 나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진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는 검사의 직접 수사는 물론 보완수사까지 전면 금지하는 강도 높은 개혁안을 밀어붙였고,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돼 법안 소위 심사를 거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 권한과 일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찰의 수사 지휘도 받지 않게 되면서 과거부터 주장해온 '수사권 독립'을 이룰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 발생한 수사 부실·증거 인멸 의혹을 계기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향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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