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희 전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회 회장
▶ 부친·큰아버지가 독립운동가⋯부친 납북장면이 마지막 기억

유진희 전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회 회장(사진)
▶월남 파병·사업 실패·폐암 수술 등 파란만장의 삶
▶2018년 광복회 뉴욕지부 회장 취임후 본격적인 독립정신 계승활동
한 인간의 삶은 때로 한 나라의 역사보다 더 깊은 강을 품는다. 유진희 전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회 회장의 생애는 개인의 고난과 민족사의 비극이 한 몸처럼 얽혀있다.
독립운동가 부친과 큰아버지의 희생, 6.25납북의 상흔, 반복된 삶의 실패와 병마, 그리고 기적같은 회복과 광복정신 계승 활동까지... 그의 삶은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라는 말의 살아있는 증언이다.
이 특집은 유진희 회장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독립운동가 유남수, 유택수 형제의 항일투쟁을 조명하며, 한 가족이 어떻게 시대의 고난을 넘어 광복정신을 오늘의 삶으로 이어왔는지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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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납북의 비극을 눈앞에서 겪다
유진희 전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회 회장은 태생부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었다. 서울 덕수 초등, 배재중·고교를 거쳐 성장하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6·25 전쟁의 참상, 새문안교회에서 벌어진 언더우드목사 사모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피살 사건, 서대문형무소 죄수들의 행진, 그리고 부친의 납북 장면까지 눈앞에서 목격했다.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유남수 선생, 큰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유택수 선생이다.
두 형제는 1926년 경성 동소문주재소와 이천 백사면 일본경찰주재소를 습격하고, 독립군 자금을 모금하며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장호원 사건’으로 일본 경찰은 수천 명을 동원해 형제를 수색했고, 결국 또 한 명 동료의 친척의 밀고로 체포됐다.
큰아버지 유택수 선생은 서대문형무소에서 28세에 순국, 부친 유남수 선생은 옥고를 치른 뒤 해방 후 한독당원으로 활동하다 6·25 발발 직후 인민군에 납북돼 생사조차 확인되지 못했다.
유 회장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칠흑 같은 새벽, 인민군이 집을 포위하고 아버지를 끌고 갔습니다. 그 모습이 제 마지막 기억입니다.” 그는 지금도 말한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자원입니다. 우리는 광복정신을 잊은 세력과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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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시련의 연속
대학 재학 중 육군에 입대한 그는 부산 항만사에서 전국에서 모인 십자성, 맹호, 청룡부대 지원자들을 관리하는 실무자로 복무했다. 제대 후에는 월남 미군사령부 소속 PX요원으로 5년간 근무한 후, 스킨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동남아 일대와 각국으로 돌아다니며 바다속을 유람하며 생활하는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월남에서 모은 돈으로 구로공단 두 곳에 공장을 세웠으나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 그런 중에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4년간 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미스 서울은행’ 유정엽 여사를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가족초청으로 미국에 이민한 그는 한국에서 쌓여진 영어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통신회사에 입사해 메인주부터 플로리다까지 전국을 다니며 컴퓨터 칩 연결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좋은 직장에서 돈을 꽤 벌었으나 또다시 사기를 당해 빈손이 되었고,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델리를 운영하며 상용건물 두 채까지 마련했지만, 또 지인에게 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돼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한 변호사에게조차 사기를 당해 남은 돈은 겨우 3만 달러뿐이었다. 그의 삶은 노력해도 결과는 늘 끝없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 폐암 수술과 죽음의 문턱
게다가 폐암이 찾아와 폐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고, 그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생전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린 딸의 결혼도 서둘렀다. 그리고는 22년 전, 건강을 생각하고 마지막 희망으로 숲이 울창한 웨체스터 와잇플레인의 시니어 아파트로 이사한 뒤, 숲속의 오솔길을 걷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건강은 기적처럼 회복되기 시작했다.
건강이 좋아지면서 그는 광복회 활동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8순의 나이에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애국의 길을 쉼 없이 걷다
전임회장의 개인사유로 인한 사임으로 회장직을 대행한 후 그는 2018년 제6대 대한민국 광복회 뉴욕지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고, 지난 10여년동안 뉴욕 한인사회에서 독립정신 계승 활동의 중심에 서왔다.
2019년 한국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부인 유정엽 여사와 함께 수만 명 앞에서 애국가 1~4절을 완창했다. 그리고 두 부부는 광화문 앞 가설무대에서부터 행진해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가서 “역사를 잃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라는 문구의 준비해간 프래카드를 펼쳤다.
■ 아들 제임스 유의 독립정신 계승
아들 제임스 유 씨도 부모와 같이 광복회 활동에 함께하며, 2019년 뉴욕시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광복 74주년 기념식’에서 영어 연설로 대한민국 광복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켰다. 이날 행사는 독립운동·해방·6·25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의미를 뉴욕 시민들에게 알리는 자리였다.
제임스 씨는 유 회장 부부가 해온 10여년간 광복회 활동에 늘 같이 참여하며, 회원들이 모이는 파크 바비큐 모임 같은 행사에도 사전 준비를 하거나 고기를 직접 굽는 등 많은 도움을 주어왔으며, 부친인 유 회장이 해온 서재필 기념관 방문 견학 프로그램 같은 행사에도 함께 동행하며, 많은 양의 도시락, 간식 준비와 함께 사진촬영 등을 도맡아 했다.
유 회장은 광복회 외에도 이승만 기념사업회, 안중근 기념사업회, 백범 김구 기념사업회, 서재필 기념사업회 등에 적을 두고 꾸준히 애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독립운동가 후손의 자부심
대한민국 정부는 두 형제에게 각각 건국훈장 국민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이천에는 형제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유 회장은 말한다.
“큰아버지는 ‘모든 혐의는 내가 질 테니 너는 살아서 대를 이어가라’고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그 말이 우리 집안을 지켰습니다.” 그는 부친과 큰아버지의 희생을 기억하며 후손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한다.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부부가 함께 걸어온 길-노년의 감사
유 회장의 곁에는 늘 유정엽 여사가 있었다. 광복회 재무담당으로서 남편의 활동을 그림자처럼 도왔고, 모든 애국 행사에 함께했다.
지금 두 부부는 결혼해 세 딸을 둔 장녀의 풍요로운 가정, 아직 미혼이지만 든든한 아들의 존재, 회복된 건강, 광복회 활동의 보람 속에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말한다.“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아버지의 공덕이 우리를 지켜주신 것 같습니다.”

유진희 회장과 부인 유정엽씨.
“역사는 잊는 순간 사라져⋯광복정신은 미래 밝히는 등불”
■ 유진희 회장 삶의 철학 ■
유진희 회장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끝마다 독립운동가 부친의 정신, 가족의 헌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
그는 오늘도 말한다.“역사는 잊는 순간 사라집니다. 우리는 광복정신을 이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야 합니다.”그의 80년 인생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고난을 넘어선 삶, 독립정신으로 완성된 노년의 감사와 풍요” 그러나 그 문장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 문장은 수많은 굴곡과 상처, 기적과 회복, 신앙과 사명, 그리고 부친의 공덕이 이어준 긴 생의 강줄기가 모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결정체다.
고난을 건너온 그동안의 모든 세월은 그를 오히려 단단한 사람, 더 깊은 사람, 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빚어내기 위한 연단이었다.
혹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일본이 남겨놓고 간 것이 많아 우리가 먹고 살게 되었다고 자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반박한다는 유진희 회장.
그는 말한다.
“독립유공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지요. 광복정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밝히는 등불입니다.” 유진희, 유정엽 부부의 80년 인생의 완성은 고난을 넘어선 삶, 독립정신으로 완성된 노년의 감사와 풍요,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 등불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려는 조용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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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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