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메네이, 시아파 12이맘 중 유일한 이란 내 영묘 매장
▶ 호메이니는 ‘혁명의 지도자’, 하메네이는 ‘순교자’ 의미

이맘 레자 영묘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묘소 [로이터]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9일(현지시간) 매장된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는 이란뿐 아니라 시아파 이슬람의 최고 성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란의 '국부'로도 불리는 1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해 테헤란 남부의 공원묘지에 묻힌 것과 대조된다.
이맘 레자 영묘는 이란의 국교 시아파 이슬람의 주종파인 12이맘파의 8대 이맘인 이맘 알리 레자(아랍어로 알리 알리다)를 기리는 종교 시설이다.
시아파 이슬람의 '본산'은 이라크 카르발라, 나자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아파가 숭모하는 12명의 이맘의 영묘는 모두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지만 유일하게 이맘 레자만 이란 마슈하드에 지어졌다
따라서 이맘 레자 영묘는 현대 시아파 이슬람의 중심국을 자처하는 이란에서 시아파 신앙의 지리적, 영적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곳에 묻힌다는 것은 하메네이가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시아파 이슬람 신앙의 정점에 도달한 인물이며 이란 신정일치(벨라야테 파키)의 현신이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마슈하드가 그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맘 레자가 시아파를 관통하는 '비장한 순교'의 교리와 부합한다는 점도 매장지로 선택된 배경으로 보인다.
시아파는 이맘 레자가 서기 818년 당시 수니파 아바스 왕조의 수장(칼리프)에게 독살됐다고 믿는다. 시아파에서 '불의한 외세'에 의한 사망은 순교로 신성시된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암살된 하메네이를 이런 시아파 이맘의 순교의 서사에 투영해 이번 전쟁을 이슬람 공동체를 지키는 성전에서 그가 순교했다는 종교적 반열에 올리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장례식 내내 시아파가 가장 추앙하는 3대 이맘 후세인을 등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맘 후세인 역시 수니파 왕조에 맞서 카르발라에서 비극적으로 숨졌다.
이런 역사·종교적 배경을 고려하면 우세한 군사력을 보유한 외세에 저항하다 숨진 이맘 후세인, 이맘 레자의 순교를 하메네이의 죽음과 등치해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게 이란 지도부의 의도로 해석된다.
아울러 하메네이를 이슬람 성지에 영구 안장해 내부 비판이 커지는 신정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2대 이맘 마흐디가 재림하기 전까지 그의 대리인으로 이슬람 법학자가 통치한다는 통치 방식이 신정체제의 요체인 만큼 하메네이의 성소 매장은 그의 생전 통치가 이맘의 영적 권위에 기반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맘 레자 영묘는 이란을 비롯해 전 세계 시아파 무슬림이 가장 순례하고 싶은 성소 중 하나로, 연중 순례객으로 붐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연간 수백만의 시아파 순례자에게 하메네이 묘소가 참배의 대상으로 노출되면서 반미·반이스라엘의 순교자로 상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지도부는 심각한 경제난과 전쟁으로 수립 50년 만에 맞은 신정일치 체제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성지 안장이라는 종교적 '최고치'를 꺼내 든 것이다.
1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가 묻힌 곳은 테헤란 남부의 현대적 공원묘지인 베헤슈테 자흐라의 특별 묘소였다. 이곳은 직전까지 8년간 이어진 이라크와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이 묻혔다. 10년 전 세워진 이슬람 혁명 체제를 지키는 수호 전쟁에서 희생된 '혁명 전사'와 함께 묻힘으로써 혁명 정부의 기반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에 더 비중을 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의 죽음이 자연사였고 당시 시기적으로 순교자의 서사보다 전후 내부 결속을 위해 '혁명의 지도자'로서 의미가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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