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R공모가 프리미엄 붙어 149달러
▶ 외국 기업 미 최대 IPO… 투자 기대감
SK하이닉스가 웃돈을 얹은 가격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기업 상장에 가격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세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증명된 셈이다. 주춤하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공모가가 149달러로 결정됐다고 10일 밝혔다. 공모가는 SK하이닉스의 한국 코스피 주가(9일 종가 기준)보다 2.92% 비싸게 매겨졌다. ADR 물량에 비해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ADR은 SK하이닉스가 새로 발행한 한국 주식을 미국 내 예탁기관에 담보로 잡고 미국 증시에서 주식과 동일한 효력으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서다. 맡겨진 SK하이닉스 한국 주식 1개가 ADR 증권 10개로 발행된다.
ADR 거래는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타종(오프닝 벨) 행사와 함께 개시됐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그룹과 회사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밥 맥쿠이 나스닥 부회장은 "이번 상장은 SK하이닉스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시아 자본시장에도 의미 있는 순간"이라며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 중 하나를 나스닥에서 함께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곽 대표를 소개했다.
곽 대표는 "오늘은 SK하이닉스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나란히 단상에 올라서 기다리다가, 거래가 시작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AI 진원지 미국에서 파트너와 협력 강화"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곽 대표는 "미국은 AI의 진원지다. 혁신을 선도하는 고객사, 파트너, 인재도 이곳에 있다"며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으며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금 조달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곽 대표는 "(ADR 상장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조달한 250억 달러를 넘어서는 외국 기업의 미국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이기도 하다. 미국 기업의 IPO 기록을 따져봐도 857억 달러를 조달한 스페이스X에 이은 2위다.
유상증자에도 '프리미엄' 형성시세보다 높은 공모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상승 여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ADR 상장에 앞선 수요 조사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500개가 넘는 투자사가 공급 물량의 7배에 달하는 구매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주관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짭짤한 수수료를 받게 됐다. SK하이닉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ADR 인수 수수료는 3,888억여 원으로 총 공모금액의 0.97%다. 애초 외신에서 추정된 수수료율은 0.5%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는 높게 책정됐다. 스페이스X는 0.67%, 2014년 알리바바 IPO 때는 약 1.2% 수준의 수수료가 붙었다.
K반도체도 상승 모멘텀… ’슈퍼사이클’ 이견도‘피크아웃(고점 이후 하락)’ 우려가 크던 국내 증시에도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 기류가 생겨났다. ADR 상장이 곧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국내 주가는 같은 메모리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에 비해 예상 수익 대비 저평가됐다.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삼성전자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같이 재평가 기회를 얻게 된다.
다만 이 같은 희망적 시나리오만 있는 건 아니다. 메모리 기업들의 주 고객인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재정 압박에 인프라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메모리 공급량의 급증으로 호황이 조기 종료될 거란 우려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또 ADR의 미국 내 프리미엄은 계속되지만, 국내 주식의 저평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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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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