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유턴, 환율 변동성 완화 목적
▶ 증권업계 건의→김용범 정책실장 수용
▶ 홍콩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품
▶ 한때 20조 원 돌파 및 글로벌 1위 등극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 도입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제도 도입을 결정해 상품이 출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외신에서조차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댈 정도로 투기 과열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도 뒤늦게 대응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당국 불허에서 방향 튼 이유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간 금융당국은 분산투자 원칙에 따라 단일종목 2배 이상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하지 않았다. 일반 지수 추종 ETF는 통상 수십~수백 개 종목으로 구성되고, 집중형 ETF도 5~1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 종목에만 투자해 분산 투자 기능이 없고, 여기에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까지 적용돼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1월 13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주요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 비공식 간담회를 계기로 당국의 기조는 급변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학개미 열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당국이 ‘서학개미 유턴’과 ‘환율 안정’을 유도할 수단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카드를 꺼내기로 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순자산이 한때 20조 원을 돌파하며 단기간에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상장 ETF 가운데 레버리지·인버스 ETF 비중도 43.2%에 달했다.
이처럼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국내 자금이 대거 유입되자 연초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달러 유출이 심한 만큼 해외 ETF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업계가 이를 정부에 적극 건의했고, 결국 올해 1월 비공식 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당시 한국은행도 고환율의 배경으로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에 따른 달러 유출을 지목한 만큼, 환율 안정 역시 제도 도입의 주요 명분으로 작용했다.
“국내 주식 부양” 의견이 반론 밀어내이후 제도 도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비공식 간담회 보름 뒤인 1월 28일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처음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련된 금융상품들이 많이 도입되는 것은 좋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물론 “일반투자자 유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4월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후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증시에 상장됐다.
하지만 상품 출시 이후 부작용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단일종목 주가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2만 원으로 상장가가 책정되면서 투기 수요가 대거 유입됐다. 일반투자자는 출시 3주 만에 8조2,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정점 우려로 기초자산 주가가 꺾이자 레버리지 ETF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상당수 상품은 결국 상장가를 밑돌고 있다.
당국은 제도 도입 초기 홍콩 상장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약 2,000억 원이 환매됐다며 정책 효과를 강조했지만, 환율 안정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도 출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정부도 후속 대책 검토에 착수했다. 김 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시장 영향을 F4회의(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며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 회의에서 논의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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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정·박세인·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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