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아 안녕? 이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지?
나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맥클린 고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조유나라고 해.
지금은 미국에 있지만 남한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때까지 서울에 있었어.
너를 알게 된 건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면서부터야. 네가 아버지를 따라 황해남도 백학리에서 고급중학교에 다닌 것처럼 나도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미국 버지니아로 오게 되었어. 한국 학교와 달리 미국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것부터, 학교 공부, 입시 준비까지 정말 쉬운 게 없어서 첫 1년은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아.
네가 백학리 학교로 전학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고, 대학 입시 문제로 고민하는 거 보면서 북한 학생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보면서 너의 학교생활과 앞으로의 꿈도 응원하게 되더라고. 나도 너처럼 외동이다 보니 더 네가 친근하게 느껴졌나 봐.
너는 의학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잖아.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으로 의사의 꿈을 포기한 네가 처음에는 너무 안타까웠어. 나 같으면 아빠를 설득해서 어떻게든 의대 진학을 했을 텐데, 너는 결국 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하고 교육대학으로 진학했지.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선생님으로 북한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너의 모습도 너무 멋질 것 같았어. 드라마 속 병욱이 삼촌에게 배운 권투 실력으로 체육 선생님이 될지도 모르겠다.
‘백학벌의 새봄’을 보면서 나는 쓰는 말도 같고, 고민도 비슷하고, 사는 모습도 비슷한 우리가 왜 70년이 넘도록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도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어. 예전에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행사를 해서 어르신들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데, 이제는 그런 행사도 하지 않는다는 게 슬퍼. 물론 아주 오래전 6.25 전쟁 때문이고, 그 이후 서로 다른 체제가 됐기 때문이겠지만 가족이 서로 만날 수도 없고, 전화도 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세대에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다시 자유롭게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6.25 전쟁을 직접 겪으신 외할아버지로부터 분단 전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 할아버지가 기억하시는 그 시절처럼,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곤 해.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 남북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도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비무장지대(DMZ)에서 일어난 지뢰폭발 사건이나 젊은 세대가 더 이상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
나는 작은 꿈이 있어. 아직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학에서 한반도 문제를 공부하고, 나중에 학자나 공무원, 아니면 선생님이 되어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위해 일하고 싶어. 22부작이나 되지만 재미있었던 ‘백학벌의 새봄’ 드라마를 보면서도, 우리 농촌의 농사 방법과 너희 백학벌에서 성공한 농사 방법을 서로 나누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진성아, 우리 통일이 되면, 아니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남한과 북한이 서로 대화를 하고 학생들이 서로의 학교를 방문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너를 만나고 싶어.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무시무시한 입시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북한의 대학 생활은 어떤지, 공부는 힘들지 않은지, 이성 친구는 어떻게 사귀었는지도 들어보고 싶어.
우리 그때까지 드라마에서처럼 엄마 아빠 속 썩이지 말고,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자. 건강하고, 멋진 선생님이 될 너의 꿈을 응원할게. 안녕.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유나가.
조유나: 한반도와 북한 사회•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최근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22부작을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논문을 작성해 컬럼비아 주니어 사이언스 저널(CJSJ)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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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맥클린고 12학년,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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