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멀리 해리스 한국 방문
▶ 아산정책연구원서 특강·대담
▶ “조선업·반도체 등 투자 중요 미국내 평가 높아 계속해달라”

한국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14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
한국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 “매우 중요하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가 위협의 결과여서는 안 된다”며 관세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압적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에 대해서도 “매우 실망했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의 미래’ 강연 및 대담에서 특히 조선업과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분야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의 대미 투자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어젯밤 한국 조선업계 기업인들과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미국은 조선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활동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 한국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의 미국 내 기술 투자와 미국 노동력에 대한 기여는 대단히 중요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을 향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다만 해리스 전 부통령은 이 같은 대미 투자가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결과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담을 진행한 이정민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자 “위협의 결과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동맹 관계에서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화해 동맹국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방식을 비판한 셈이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기조강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통상정책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 외교정책이 점차 노골적인 거래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징벌적 관세와 탐욕에 따른 특혜가 미국 국내와 세계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경제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지 무모하거나 악의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관세는 선별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것과 관련해 “매우 실망했다. 실망했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가 “한국과 인도태평양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동맹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과 동맹으로서의 약속을 다시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확장억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지 동맹국들이 함께 최선의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아울러 “북한과 중국, 이란, 러시아 사이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들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국가의 협력 강화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초래할 위험에 동맹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개발 속도 조절과 국제적인 안전규범 마련을 촉구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핵무기가 등장한 이래 세계가 AI만큼 규모가 크고 복잡한 실존적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며 사이버 공격과 생물학 무기, 통제 불능 AI 등을 주요 위험으로 지목했다. 그는 “AI 개발 속도를 늦춰 확실한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은 동맹국과 협력하고 중국도 협상 테이블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 전 부통령은 2028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묻자 “생각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2026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2028년은 중요하지 않다”며 당장은 중간선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분명히 승리할 것으로 믿으며, 상원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공화당 의석을 민주당이 탈환할 수 있는 하원 선거구가 기존 40곳에서 46곳으로 늘었다”고 자신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을 지냈다. 2024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현재 2028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군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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