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이 한 달 동안 우리집 베란다에 세들어 살았다.
첫날은 아빠새가 화분 속에 있는 흙을 파더니 지푸라기를 물어다 둥우리를 만들었다. 다음날은 엄마새가 와서 둥지를 틀더니 하루에 한 개씩 파란 알을 네 개 낳았다. 파란 알은 처음 봐서 신기하고 놀랍고 예뻤다.
나는 예쁜 파란 알을 보느라고 아예 베란다 창에 붙어 살았다. 어미새가 놀랄까봐, 새끼한테 해를 입히지 않을까, 불안해 할까봐 창을 통해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미새가 외출했을 때는 파란 알을 카메라에 담아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퍼 날랐다.
친구들도 파란 알은 처음 본다면서 좋아하며 내가 새가 부화하고 커가는 과정을 알려주길 원했다. 한동안 나는 로빈의 모습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나는 로빈새에 대해 알고 싶어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 보았다.
아메리칸 로빈은 참새과에 속하는 새로 북아메리카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잔디밭이나 정원, 숲에서 산다. 벌레나 지렁이, 과일, 열매 등을 먹는다. 봄과 여름에 새벽에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새 라고 써 있었다.
공원에서 흔히 보는 새였으나 내가 사는 집 베란다 화분 속에 둥우리를 만들고 사니 너무 신나고 기뻤다.
처음에는 로빈은 경계를 하더니 차츰 내눈과 마주쳐도 피하지 않았다.
알을 하루에 하나씩 낳더니 부화시키는 것도 하루에 한 마리씩 알에서 깨어 나왔다. 알과 다르게 새끼들은 털이 없어 징그러웠다.
그러나 며칠 아빠새와 엄마새가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 먹이니 아기새들은 털이 나기 시작하니 예뻐졌다. 아빠, 어미새가 먹이를 물고 오면 아기새들은 먹이를 달라고 입을 좌악 벌린다. 어미새가 물어온 먹이를 먹고 아기새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놀랍게도 아기새들은 푸드덕 거리며 나는 연습을 하더니 알에서 깨어난 순서대로 하나, 둘, 셋 날아가 버렸다. 날아간 아기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왠지 가슴이 허하다. 그동안 정이란 놈이 붙은 모양이다. 그후, 같이 떠난 아빠, 엄마새도 오지 않았다.
새들이 떠나간 자리를 보니 놀랍게도 파란 알이 하나 둥우리 안에 남아 있었다. 분명 네 개의 알을 낳았는데 세 마리 밖에 안 보여서 이상했었다.
어미새가 한 마리는 부화를 시키지 못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미새가 다시 돌아 올 줄 알고 알을 만지지 않고 기다렸는데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베란다를 청소하면서 남긴 파란 알을 책장에 솜을 깔고 놓아 두었다. 남기고 간 파란 알은 색깔이 변해갔고, 속은 말라 비어갔다.
가끔 나는 로빈이 남기고 간 알을 보며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부화시켜 새끼를 키우던 일들을 생각하며, 귀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간 로빈에게 감사한다.
어디서 살든 아기새들은 아빠새, 엄마새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돈도 안 받고 한 달동안 렌트 줬다고 생각하며 남긴 알은 렌트비이고, 선물이라 생각하며 웃는다.
“한 번쯤 놀러 왔으면 좋으련만…“
지금도 가끔 로빈을 집 주위에서 보면 혹시 우리집에서 머물다간 새인지 한참 서서 날아 갈 때 까지 쳐다보며 안부를 묻는다.
”별일없이 잘 지내지?“
<
전애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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