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전후 스탠퍼드의 월터 미셸 교수는 네댓 살 아이 앞에 마시멜로 한 알을 놓았다.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줄게.” 고작 15분이었지만, 그 15분이 한 사람의 남은 인생을 어느 정도 예고했다.
2005년에 나온 『마시멜로 이야기』가 스무 해가 지나도 낡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부(富)의 원리가 그 한 문장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금 참고 아껴서 심어 두면, 나중에 더 큰 것으로 돌아온다.
버몬트의 로널드 제임스 리드는 주유소에서 이십오 년 기름을 넣고 백화점에서 십칠 년 바닥을 닦았다. 옷핀으로 여민 낡은 외투를 입고 다녀 이웃들은 그를 가난한 노인으로 알았다. 2014년 그가 남긴 재산은 800만 달러였고, 그중 600만 달러가 동네 도서관과 병원으로 갔다. 비결은 없었다. 배당 주는 튼튼한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사서 팔지 않았을 뿐이다.
반대편 거울도 있다. 플로리다 복권 당첨자 3만5,000명을 추적한 연구(2011)에 따르면, 큰돈을 받은 사람들은 2년 동안은 파산 확률이 절반으로 낮았지만 3년에서 5년 사이에는 오히려 50% 높았다. 5년 뒤 파산율은 결국 같아졌다.
더 뼈아픈 것은 그들이 파산 서류에 적은 자산과 빚이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돈은 문제를 풀어 준 것이 아니라 몇 해 뒤로 미뤄 주었을 뿐이다.
나라도 같은 시험을 치른다. 아르헨티나는 100년 전 세계에서 손꼽히게 부유했으나 아홉 차례 부도를 냈고, 1989년 물가는 한 해에 3,000% 넘게 뛰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폐를 엮어 만든 공예품이 그 지폐의 액면가보다 비싸게 팔렸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정부가 먼저 집어 먹은 것이다. 화폐 가치가 무너진 나라에서는 저축이 벌이가 아니라 벌금이 된다.
강대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39조 달러를 넘었고, 올해 이자만 1조 달러로 국방비보다 많다. 일본은 GDP의 두 배를 넘은 지 오래고, 중국은 지방정부와 부동산에 얽힌 빚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점에서 더 불안하다.
그렇다면 이 빚은 누구에게 진 빚인가. 국채란 미래의 세금으로 갚겠다고 써 준 종이다. 그 세금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낸다. 어른들이 방에 들어가 아이 몫의 마시멜로를 먹고, 아이에게 빈 접시와 계산서를 남긴 채 나오는 셈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모범생이었다. 2019년까지 40%를 넘지 않던 일반정부 부채가 올해 54.4%다. 2021년 IMF가 겁주던 69.7%보다는 훨씬 낮고 순부채는 10%대이니, 곳간은 아직 튼튼하다.
문제는 분자가 아니라 분모다.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 두 해 연속 반등했지만 여전히 OECD에서 홀로 꼴찌다. 빚은 느는데 나누어 질 어깨는 줄어든다. 지금의 40대가 은퇴할 무렵, 청년 한 사람이 떠받쳐야 할 노인의 수는 오늘과 견줄 바가 아니다.
마시멜로 실험에는 덜 알려진 후속 연구가 있다. 실험 전에 약속을 지켜 준 방의 아이들은 네 배 넘게 오래 기다렸고, 약속이 깨진 방의 아이들은 문이 닫히자마자 먹어 버렸다. 참을성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신뢰의 다른 이름이었다.
오늘의 표를 얻으려고 내일의 청구서를 쓰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저축하지 않고, 투자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저출산은 원인이기 전에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이민 1세대는 이 이치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다. 오늘 우리가 앉은 자리는 이십 년 전 먹지 않고 남겨 둔 마시멜로 위에 있다. 개인은 버는 돈이 아니라 남기는 돈으로 부자가 된다. 그리고 나라의 마시멜로는 제 접시가 아니라 손자의 접시에 놓여 있다.
문 앞에 마시멜로가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마시멜로를 먹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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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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