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쌓아간다. 돈도 모으고, 물건도 모으고, 경험도 모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인생은 무엇을 더 많이 가지느냐보다 버리고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수도자와 세상을 깊이 살아온 이들이 하는 말이다.
젊을 때는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이 많다. 집도 필요하고, 차도 필요하고, 옷도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집 안에는 쓰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한 물건들, 아까워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 욕심 때문에 모아 둔 것들이다.그런데 그것들을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오히려 무언가에 묶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고 한다. 버리면 가벼워진다.
하지만 진짜 버려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니다.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내 마음속에 쌓여 있는 것들이다. 미움, 시기, 질투, 욕심, 자존심,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런 것들은 갈수록 더 무거워지고 모른 채 지나치기도 하고 알면서도 쌓아가는 것들이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고, 질투는 내 마음을 병들게 한다.
마음속에 쌓인 나쁜 감정들은 나이가 먹어가며 얼굴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흔히 링컨의 말이라고 전해지는 40이 넘은 내 얼굴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진정한 비움은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앙생활을 한다. 교회를 다니며 예배도 하고 불교신자는 법당에서 스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문제는 돌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쳐야 할 성격은 그대로 두고, 버려야 할 욕심도 그대로 두고, 미워하는 사람도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데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살피고,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맑아질 때 비로소 내 얼굴도 맑아지고 남에게도 나의 변화로 같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얼마 전 가톨릭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볼티모어 신부님의 강론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씀 가운데 오래 남는 내용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버려야 몸이 가벼워지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하늘은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사람이 올라가는 곳이 아니다. 무거워서 올라갈 수 없다. 몸도 가벼워야 하지만 마음은 더욱 가벼워야 한다. 미움과 욕심, 집착과 교만을 가득 품고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없다.
성인들은 세상의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붙잡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히 비웠다. 그런 의미에서 ‘승천'이나 ‘해탈' 같은 종교적 사건들은 어쩌면 완전한 비움이 가져다주는 영혼의 자유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자유로움은 속박을 받지 않으며 올라가고 해탈하는데 걸림이 없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가르침이 종교를 초월하여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도 “나를 버려라"라고 말한다. 집착을 내려놓고 욕망을 비우라고 가르친다.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향하는 곳은 같다.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같은 진리를 이야기한다. 사람의 괴로움은 붙잡으려는 데서 오고, 평안은 내려놓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하나씩 버리다 보면 처음에는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놀랍게도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남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더 가지지 못했다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
어쩌면 하늘나라란 먼 훗날 죽어서 가는 장소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움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맑게 하며 살아가는 순간 이미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창조주가 만드신 자연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산과 들을 뛰노는 짐승들은 욕심이 없다. 필요한 만큼 먹고 쉬며 살아간다. 그래서 순하고 아름답다. 사람만이 끝없는 욕심과 걱정 속에서 자신을 무겁게 만든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냐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얼마나 맑은 마음으로 살았는지,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다.나이가 들수록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도 그렇고 마음속 미움과 욕심도 그렇다.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마음이 맑아지고 가벼워질 때, 새로운 은혜도 들어오고 새로운 기쁨도 찾아올 거다. 어쩌면 행복은 더 많이 채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벼운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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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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