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 채플린은 다학제팀의 필수적인 구성원이 되며, 영적 돌봄이라는 광범위한 종교적, 영적 신념을 포함하도록 성장해 왔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마주하고 그 마지막 시간만을 기다리는 이들의 고통의 현장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임종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그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외면할 수 있는 수많은 치료법이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죽음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피할 수 없는 현실, 즉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면하고 받아 들이기를 그토록 꺼리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찾아온 죽음을 실패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시기상조의 사건 정도로 여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나머지 삶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생명 주기의 일부이다.
죽음은 모든 창조물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단지 불가피한 것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임종을 앞두고 그들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는 징후를 평생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임종 선고 5시간 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던 75세 여자 환자를 만났다. 여섯 명의 딸들과 함께 베드에 앉은 채 다가올 마지막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환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들떠 있을 정도였다. 커튼으로 가려진 방 안에서는 찬송이 들려오고 있었고 몸에서는 이미 알지 못할 액체가 흘러나오고 당연히 심한 통증도 있었을 것인데, 환자는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환자는 나에게 딸들과 함께 환송예배를 드렸고 이제 이사 갈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은 너무 행복하다며 심지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지금은 딸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세 시간 후에 다시 와 줄 수 있냐고 내게 부탁했다. 환자는 나의 재방문 후 곧 가족들의 품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했고 그녀는 원하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어찌 이런 믿음이 가능하며 이토록 처절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놀라웠다.
“무엇이 그러한 믿음을 가능케 하는가.” 그것은 오직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믿음이리라(요 5:2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새벽 두 시 야간 근무중에 신생아실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달려갔다. 세 쌍둥이를 24주 만에 조산했고 전날 이미 두 아이를 잃은 엄마는 거의 실신 상태에 있었으며,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남은 아이의 영생을 위하여 세례를 요청하였다. 그녀가 Catholic 신자였기에 신부님을 불러주겠다고 했더니 아기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응급 상황이라고 했다.
나는 당시 목사도 아니고 사실 두려웠고 부담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 일은 교종이나 교단과 상관없이 채플린의 업무 중 하나였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Incubator 안에는 유관으로 15센치미터 정도 보이는 인형과 같은 아기가 허공을 향해 팔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믿음을 확인한 후, Incubator의 두 구멍 안으로 손을 넣어 세례 의식을 마치고, 언니를 부축하고 온 여동생에게 아기의 세례증서를 건네주었다. 아기의 엄마는 표현할 수 없는 얼어붙은 슬픔 중에 아이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인한 확신으로 기뻐했고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채플린으로서 한없는 슬픔과 무력감을 느끼며 환자를 배웅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기는 다음 날 오후에 사망했고, 그 다음 주 동료들과 이 경험을 나누었다. 용감한 대처이며 돌봄이었다고 했으나, 나는 하늘을 향해 흔들던 아기의 팔이 눈에 선했다. 그것은 아마 조금 더 숨 쉬고 싶다는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아쉬웠지만, 생사를 주관하시는 주님께 나의 어리석은 감상적 상념을 굴복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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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리 Chaplain-Frederick Health Hospital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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