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암 4기면 말기라고 보지만, 대장암 4기는 꼭 말기를 뜻하지 않아요.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민병욱 대장항문외과 교수는“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대장암 4기란 진단에 지레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적극적인 항암치료와 협진으로 수술 가능한 상태를 만든 후 수술에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치료받은 4기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5%에 달한다. 20% 내외인 미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찍 발견해서 치료한 이 병원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를 훌쩍 넘는다. 1기 환자가 99%, 2기 95%, 3기는 88%다.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암이 생긴 경우 평생 장루(배변 주머니)를 써야 한다는 부담에 수술을 꺼리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민 교수는“암을 제거하느라 배변 저장고 역할을 하는 직장을 잘라낸 상태에서 항문만 억지로 남겨두면, 변을 수시로 보게 돼 외출조차 못 하면서 삶의 질이 오히려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영구 장루를 한 환자들은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 출산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너무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대장암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적색육에 대해서는“‘적색육이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란 말은 고기가 주식인 서구권에서 나온 데이터”라며 “우리나라는 주식이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단에서의 육류 섭취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장암 4기면 치료가 어려울 거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4기는 다른 장기로 암이 번진 상태라 예전에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해 몸 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제거할 수도 있어요. 대장암의 전이는 대부분 간에서 시작하는데, 우리 병원에선 간 전이 대장암 환자의 약 30%는 처음 진단됐을 때, 다른 30%는 항암화학요법 후에 간 절제 수술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45%를 기록했습니다.”
-고령 환자는 수술이 더 어려울 거라고 걱정합니다.
“수술 여부를 단순히 나이만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마취에 따른 위험성도 면밀히 평가해요. 이를 위해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를 비롯해 필요에 따라 신경과, 신경외과 등 관련 전문과들이 모두 참여하는 협진을 진행합니다. 제가 수술했던 환자 중 가장 연세가 많았던 분은 102세였어요. 고령이지만 전신 상태가 비교적 괜찮아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술기도 많이 발전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개복 수술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주로 합니다.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회복은 빨라요. 특히 항문과 가까운 직장암은 로봇을 이용하면 더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고, 합병증도 줄일 수 있습니다. 직장이 있는 부위를 원통으로 비교한다면, 커피 마실 때 많이 쓰는 텀블러 정도 너비거든요. 공간이 좁기 때문에 움직임이 비교적 자유로운 로봇 수술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영구 장루를 걱정해 직장암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도 많습니다.
“항문과 아주 가까운 직장암은 항문을 제거하고 영구 장루를 만들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처음에는 크게 비관하시지만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암을 제거하면서 직장을 잘라낸 뒤 항문을 억지로 남겨두면 괄약근 기능이 떨어져 변을 자주 지리거나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환자 중에 영구 장루를 만든 30대 여성이 있었어요. 신혼이었던 터라 초반에는 많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출산도 하고 사회생활 역시 무리 없이 잘하고 있어요. 항문을 보존할 수 없어 영구 장루를 해야 하는 것 때문에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4기도 수술할 수 있다면 수술을 늦춰도 되는 겁니까.
“대장암은 4기라고 해서 치료를 포기할 암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면 치료 기회가 생길 수 있어요. 다만 수술에는 ‘때’가 있습니다. 의사가 지금 수술할 수 있다고 권했는데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치면 1~2년 뒤에는 암이 더 진행돼 수술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의사에게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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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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