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보조금(교육보조금) 제도를 가지고 마지막 조율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교육보조금은 1972년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의무적으로 떼어내서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돈이다. 국가의 재정 상황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현안 사업에 밀리기 쉬운 초중고 교육에 대해 최소한의 투자를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 같은 교육에 대한 특별한 의지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이 제도는 원래 취지에 걸맞은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었고 이 제도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출생률 감소로 초중고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초중고 교육에 주로 쓰이는 교육보조금은 국가 경제 규모에 따라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자 일부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입학지원금이나 태블릿PC를 제공하는 등 선심성 정책을 남발했고 그래도 남는 예산은 기금으로 적립하기도 했다. 심지어 교육감 선거마다 넉넉한 교육보조금을 믿고 각종 현금 살포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대학은 오래 지속된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빈사 상태인데 교육 투자의 불균형이 너무 심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대학의 교육 연구 시설이 고등학교보다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원칙적으로 국가 재정의 일정 부분을 특수 목적을 위해 미리 떼어내는 일은 가능하면 자제하는 것이 옳다. 예산은 당시의 경제·사회 현황에 맞춰 ‘제로 베이스’에서 편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과거부터 예산 당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의사가 있었지만 교육계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무위에 그친 바 있다. 이번에도 초중고 교육단체 위주로 교육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교육감들은 지난달 말 공개토론회를 열어 “학생 수 감소가 교육비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특수·다문화 교육 등 미래 교육을 위해 학교가 감당해야 할 교육적 수요가 다양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거 교육청이 교부금 예산을 이런 부분에 우선적으로 썼는지 먼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예산 집행이 합리적이었다면 이런 논쟁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내국세 일부를 미리 떼어내는 지방교육재정보조금 제도가 없어진다고 해서 교육예산이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교육청에서 제안하는 사업이 다른 사업과 비교해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채택될 것이고, 오히려 교육예산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심지어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이 지난해보다 적으면 전년도 교부금 규모를 보장하는 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영유아 교육과 고등·평생 교육 등 현재 초중등 위주의 교육교부금 사용에서 소외됐던 부분을 보완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현재의 초중고 지원금 수준은 낮출 수 없다며 반대한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자는 제안인데 과연 교육부는 대안이 있어서 반대하는가. 지금까지 영유아 교육과 고등·평생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으면 앞으로도 국민과 예산 당국을 설득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합리적인 예상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넉넉한 교육교부금 활용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은 모두가 싫어하는 일이다. 특히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교육청 예산이 줄어들지도 모르는 제도 개편에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초중고 교육뿐 아니라 영유아, 고등·평생 교육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교육자답게 자신에게는 조금 손해가 될지라도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까. 모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해 각박해진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이는 것이 진정한 스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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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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