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앙랏(Duangrat’s) 타이 레스토랑
▶ 완벽을 좇아온 40년, 한 접시에 담아낸 태국의 영혼
버지니아 폴스처치의 리스버그 파이크를 달리다 보면 붉은 지붕과 화려한 태국식 황금 장식이 시선을 붙잡는다. 바로 1987년에 문을 연 ‘두앙랏'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붉은 벽을 따스하게 감싸는 샹들리에와 태국 전통 회화, 섬세한 문양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워싱턴 교외의 평범한 거리를 몇 걸음 벗어났을 뿐인데, 어느새 방콕의 오래된 식당 한켠에 들어선 듯하다.
두앙랏의 출발점에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이 땅을 찾은 이민자 부부가 있다. 창업자 에드와 푸키 두앙랏 부부는 대학생이던 1970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에드는 조지타운 유명 프랑스 레스토랑의 총지배인 자리까지 올랐고, 푸키는 세계은행 연구 보조원으로 일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식당을 열겠다는 꿈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
푸키는 점심시간마다 워싱턴포스트의 임대 광고란을 꼼꼼히 살핀 끝에 폴스처치에 작은 아시아 식품점을 열었다. 동남아 이민자들의 사랑 속에 가게는 크게 번창했고, 6년 뒤 인근 식당 자리가 나오자 부부는 주저 없이 도전했다. 그렇게 1987년, 자신들의 이름을 당당히 내건 두앙랏 타이 레스토랑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식당 한쪽 벽면은 1989년부터 매년 받아온 ‘워싱토니언’ 레스토랑 어워드 상장들로 빼곡하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자부심은 수상 횟수가 아닌 주방의 장인 정신에 있다. 창업자의 아들 에디는 “완벽이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난 40년 동안 조리법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다듬으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앙랏 가족이 스스로를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태국 음식의 문화 대사'라 여긴다고 덧붙였다. 태국 요리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부부는 한 접시의 음식에 고국의 문화와 자부심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그 흔들림 없는 신념이 지난 40년 동안 두앙랏을 지탱해 온 단단한 뿌리다.
우리 부부가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주문하는 메뉴는 새우 팟타이와 새우 드렁큰 누들이다. 팟타이는 타마린드의 산뜻한 신맛과 은은한 단맛, 짭조름한 풍미가 쫄깃한 면발 속속들이 배어 있다. 오동통한 새우와 아삭한 숙주, 고소한 땅콩과 라임이 어우러지며 한 접시 안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새우 드렁큰 누들은 웍에서 피어오르는 강렬한 불향이 단연 으뜸이다. 넓적한 쌀국수 면을 바질, 고추, 마늘과 함께 센 불에서 순식간에 볶아낸다. 입안을 알싸하게 감싸는 매운맛 뒤로 향긋한 바질과 채소 본연의 단맛이 기분 좋게 뒤따른다. 수십 번을 찾아와도 변함없는 맛의 일관성이야말로 오래된 식당의 진짜 힘이다.
이번 방문에는 파파야 샐러드 솜땀과 해산물 요리 ‘핫 디시 탈라이 타이'를 새롭게 더했다. 탈라이 타이는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스리라차 굴소스로 매콤하게 볶아낸 요리다. 주방 너머 붉은 불꽃이 치솟고 하얀 김이 몰아치는 사이, 국자와 웍이 빚어내는 경쾌한 마찰음은 태국 요리의 깊은 불향을 완성하는 하나의 공연 같았다. 매콤한 스리라차 굴소스가 신선한 해산물의 단맛을 끌어올리며, 마지막 한 숟갈까지 젓가락을 놓기 어려운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에디는 두앙랏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메뉴로 땅콩 커리 치킨 ‘브람(Bhram)', 통가자미 튀김, 치앙마이 칠리 포크를 추천했다. 팟타이가 태국 음식의 친근한 얼굴이라면, 이 요리들은 두앙랏이 지켜온 깊은 개성과 조리 철학을 집약한 정수다. 다음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태국 음식은 단맛과 신맛, 짠맛과 매운맛, 향긋함이 온전히 하나로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 두앙랏의 40년 세월 역시 이와 닮아 있다. 유학생 부부의 절실했던 꿈과 성실한 땀방울, 고향 문화에 대한 뜨거운 자부심이 겹겹이 쌓여 오늘의 온기를 만들었다.
여행은 반드시 비행기 표를 끊어야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뜨거운 웍의 불향과 코끝을 스치는 바질 향, 타마린드 소스가 배어든 국수 한 접시만으로도 우리는 수천 킬로미터 너머 태국의 활기찬 골목에 도달한다. 두앙랏의 식탁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태국 음식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40년 동안 완벽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온 한 가족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상호명: Duangrat's Thai Restaurant
주소: 5878 Leesburg Pike.,
Falls Church, VA 22041
전화: (703)820-5775
주차: 식당 옆 넓은 주차장
대표 메뉴: Shrimp Pad Thai, Drunken Noodles, Hot Dish Talay Thai, Chiangmai Chili Pork, Bh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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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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